챕터 : 프리워커스
‘베트남 국제 현상’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면서도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에 이어서 읽은 책은 바로 모베러웍스로 유명한 모빌스그룹이 쓴 책 <프리워커스>였다. 워낙 관심 있게 보던 브랜드이자 기업이어서 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해 버렸다.
이 책에서는 모베러웍스를 레퍼런스 삼으며 ‘더 나은 일 찾기’를 위한 질문을 던진다. 이 이야기 속에서 내가 느낀 것 중 하나는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두 개의 주제는 묘하고 끈끈하게 얽혀있다. 과연 나도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워커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모빌스그룹이 말하는 주체적으로 일하기는 회사와 일에 관한 맥락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물론 나도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 자체로 크게 공감했다. 나는 회사라는 시스템이 나에게 필요한 일을 시키고 나는 그 일을 군말 없이 대행해 주는 서비스 같았다. 물론 그 일은 내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즐길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건 일을 선택하기란 대부분의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 같은 경우는 꼰꼰 건축이라는 주체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대부분의 일이 내 의견과 생각이 들어가지 않는, 그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베트남 국제 현상’을 하면서 회사는 나에게 어느 정도 주체성을 주었다. 내가 컨트롤하고 내 생각도 들어가니 더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정말 ‘내 일’ 같이 느껴졌다. 내가 일을 컨트롤하는 것에서 자유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일은 하지만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한다는 뜻에서 프리워커(free-worker)라고 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도 내가 <프리워커스>에서 얻은 메시지 중 하나였다. 모베러웍스는 유쾌하게 일에 대한 메시지를 판다. 그런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있게 일을 벌이고 수습한다. 그리고 유튜브 컨텐츠로 올리는 그 과정은 그들이 일을 즐기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나는 과연 즐기면서 일하고 있는가? ‘베트남 국제 현상’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일하면서 재미도 느꼈다. 잠시나마 일의 주도권도 나에게 왔지만, 더 크게 느낀 건 성장하는 느낌, 배우는 느낌, 내가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는 뿌듯함이 컸다. 단순히 재미라는 것이 오락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하면서 성장과 성취에 희열을 느끼고 매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 변화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는 게 중요했다. 누군가가 시켜서, 주입식 가르침을 받아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우는 것. 한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재밌는 성장이었다.
‘베트남 국제 현상’ 프로젝트에서 나는 재밌게 일하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주체성과 재미가 서로 끈끈하다는 이유는 주체적으로 일하는 환경에 있어 보니 일이 부정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 긍정적인 재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이 있다면 회사 다니는 게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국제 현상’ 프로젝트는 나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다. 물론 일 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생각할 작은 틈도 없었지만. 후에 생각해보니 내가 맡은 파트를 주체적으로 이끌면서 프로젝트에 재미를 느꼈다. 이처럼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일함에 있어서 긍정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쉽게도 나중에 더 뼈저리게 느꼈지만, 꼰꼰 건축에 들어오고 계약서에 사인한다는 것은 많은 주체성에 대한 권한을 꼰꼰 건축에 위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베트남 국제 현상’ 같은 주체성과 재미는 다시 느낄 수 없었다. 바쁘고 힘들었던 현상이었지만 갑갑했던 꼰꼰 건축 생활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