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잘 보냈니? 월요일이 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야. 그러면 너는 항상 이렇게 말했지. 이번 주말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르게 보냈다고 말이야. 자책하듯이 말하는 너의 모습에 내 마음이 살짝 시큰해지는 걸 느껴.
우리 어릴 적에도 그랬나? 우리가 때 묻지 않았을 때 말이야. 그때도 주말을 빽빽하게 보냈었나? 생각해 보니 그때는 게으른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 하루 종일 누워서 티브이를 보거나,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거나,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바람을 쐐곤 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아졌어. 왜냐면 입시를 거치고, 대학을 다니고, 직장에 들어가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은 많아졌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마른걸레 쥐어짜듯 시간을 짜내 바쁜 삶을 더 바쁘게 만들어버린 것 같아.
우리 가끔 게으른 여유를 되찾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이루어내야 하고, 무엇이 돼야 하는 것에서부터 멀어지자. 우리 어릴 때처럼 주말을 보내보자.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면 동네에 흐르는 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하루 종일 인기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고, 카페에 가서 아인슈페너와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며 재밌는 소설책에 빠져보자. 우리 다시 게으른 여유를 되찾아오자.
그래도 괜찮거든. 그래도 삶을 잘 살아낼 수 있거든. 그러니 바쁘지 않았다고 자책하지 말고 마음껏 게을러지자. 우리 삶에 천천히 흘러가는 여유의 시간을 만들자.
이제 어른이 되어해야 할 일은 주중에 많이 했으니까, 주말에는 마음 편하게 게을러지자.
너의 이번 주말은 어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