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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여행의 기쁨

by 재민

우리 아버지가 조지아라는 나라를 여행할 때 한 4인 가족을 만났대. 그들은 강남에서 온 건물주가 직업인 가족이었대. 부모도, 자식도 직장을 다니거나 돈을 벌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자였대. 그래서 가족이 세계여행을 수개월째 하고 있었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 없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유니콘 같은 가족이 실존했던 거지. 하지만 그들은 아침부터 기쁘지 않은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었대. 그들의 눈에는 여행의 기쁨보다는 지루함이 보였다고 하더라고.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은 바쁜 일상을 뒤로하는 것에 있지. 그리고 여행의 끝에 아쉬운 기분은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있어. 그래서 길던 짧던, 멀던 가깝던 끝이 있는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언제나 아쉬워. 그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삶의 대부분을 이루는 바쁘고 피곤한 일상이 있어서 아닐까?


나는 어제, 오늘 작은 여행을 떠났어. 나에게 스스로 던져놓은 수많은 할 일을 뒤로하고 두 시간을 움직여 엄마 집에 왔거든. 엄마집은 언제나 포근해. 그래서 경직되었던 내 등과 어깨가 스르르 풀어지는 걸 느꼈어. 맛있는 집 밥을 먹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도 잤어. 그리고 오늘 저녁이면 이 짧은 여행도 아쉽게 끝이 나겠지.


나는 이 작은 여행에서 기쁨을 얻었어. 강남의 건물주도 아니고 기약 없이 세계 누비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나는 서울로 돌아가 바쁜 일상을 이어가기로 했어. 어쩌면 삶의 기쁨은, 행복한 순간들은 바쁘고 힘든 일상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나의 행복한 순간을 더 행복할 수 있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기로 다시 한번 다짐해.


너의 바쁜 일상에도 기쁘고 행복한 일이 곧 생길 거야. 그걸 위해 우리 일상을 조금 버텨보자. 이번 주도 한 번 더 바쁘게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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