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두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by 재민

엄마는 요즘 별일 없어?

특별한 일은 없지.


누나는 요즘 힘든 거 없어?

힘든 거 일상이니까. 별일 없는 게 다행이지.


친구야. 너는 어때?

매일 똑같지. 근데 나 요즘 잘 지내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가 잘 살아내고 있어서.



나는 얼마 전에 나의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나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 물었어. 진짜인지 아니면 나에게 짐을 주기 싫어서 그랬는지 모두가 잘 살고 있었지.


나는 가끔 두 손을 모아 하늘에 기도를 해. 나는 괜찮으니까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맘 편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오랜만에 신이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한 때는 남이든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누구를 나보다 사랑한 적이 없으니까. 돈도, 직장도, 학업도, 사랑도, 인생도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살아가다 보니 내가 아픈 것보다 다른 사람이 아픈 게 더 힘들더라고. 차라리 내가 고생하고 아팠으면 좋겠더라고. 그래서 잘 살고 있다는 대답을 들으면 마음이 놓이고 얼마나 좋은 소식인지 이제는 알겠더라고.


이런 마음이 너는 꼭 피어있길 바라는 마음과 맞닿아있어. 나의 소망은 내 사람들이 잘 살아냈으면 하는 것이고, 만약 네가 지금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렇지 않다면 나에게 말해줄래? 내가 오늘 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해볼게. 혹시 신이 내 기도를 한 번 더 들어주신다면 내일의 네가 괜찮아질 수 있도록.


너는 항상 피어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해 볼게.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