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 규칙 없음
<규칙 없음>의 내용 중 가장 신선한 것은 어떻게 넷플릭스 직원들이 ‘주체적으로 일하는가?’였다. 이걸 이끌어 낸 문화를 넷플릭스는 F&R이라고 했다. 자유(freedom)와 책임(responsibility)을 뜻하는 문화가 있어서 주체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많다고 한다.
주체적으로 일하는 걸 원하고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이해하는 개념이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되묻게 되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생각이 더 컸는데 문제는 바로 책임이었다.
내가 한 일에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의 한 부분이었다. 어쩌면 생각을 깊게 해보지 못한 부분을 <규칙 없음>이 살짝 꼬집어 주었다.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결과로 나와야 하고, 사업적인 성과도 이루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목적과 비전에도 가까워야 한다. 주체적인 게 아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었다.
자유와 책임을 지속시켜주는 것은 보상이다. 자유와 책임을 다해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보이면, 이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연봉 인상이라든지 아니면 유급 휴가라든지 말이다. 아무튼 넷플릭스에서는 일을 책임지고 잘한 만큼 파격적인 대우가 주어진다. <규칙 없음>이라는 제목답게 제한 없는 자유가 있고 이에 따른 책임이 무거운 만큼 따르는 보상도 화려했다. 그리고 삼박자가 결국 동기가 되어 직원들이 일할 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자유와 책임을 지키지 못하면 남아있을 수 없겠지만.
꼰꼰 건축은 책 속의 넷플리스와 거의 정반대다. 자유는 많이 없다. 퇴근할 때나, 사내 물품을 살 때도 물어보고 사야 한다. 지금 퇴근해도 괜찮을지, 이런 종류의 펜을 사도 되는지, 결재를 맡고 확인을 받는다. 결재 라인 중에 내가 뭘 위해 결재를 받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껴있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책임질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따라오는 보상도 적다. 연봉은 누구나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외에 휴가도 허락을 맡고 써야 했다. 일단 쓰는 것 자체가 꼰꼰 건축의 배려 영역에 포함된다. 그래서 주 52시간 이상 일을 했을 때 주는 보상 휴가도 못 쓰고 50개, 100개씩 쌓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절대 해고는 하지 않는다. 꼰꼰 건축에서는 자유, 책임, 보상에서 모두 벗어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
꼰꼰 건축의 상황이 불만인 나는 막상 자유와 책임이 주어지면 견딜 수 있을까? 일에서 회사의 비전과 목적 그리고 사업성까지 다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자유와 책임이 높고 고용 안정성은 적은 직장을 다닐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잠시 고민해 보았다. 위험하겠지만 그런데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 설상 내가 실패하더라도 배우는 것이 있을 테니 도전해보고 싶은 게 나의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