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접 : 매년 김장 하시는 엄마께
수육을 먹는 것도 잠시, 일 때문에 해외에 계시던 아빠가 휴가차 한국에 오셨고 토요일 저녁에 하려던 엄마 식사 대접이 일정이 갑작스럽게 금요일인 오늘 저녁으로 바뀌었다. 당황하는 것도 사치였던 순간의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장을 보고 요리를 해야 했다.
급하게 마트에서 필요한 재료를 사서 돌아오니 여섯 시 반이었고 요리는 막걸리 칵테일, 과일 겉절이, 무전, 배추전, 굴 파스타 순서로 만들었다. 요리 과정은 우당탕퉁탕 그 자체였다. 엄마의 부엌에는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연신 “엄마! 이거 어딨어?”를 외쳤고 몇 가지 요리를 혼자 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은 1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가족들은 이미 허기에 지치고 지루함에 지쳐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한 상이 차려졌지만, 마지막에 요리한 굴 파스타를 빼고는 모두 대실패였다. 칵테일로 제조해 둔 막걸리는 실온에서 쉬어버렸고 초반에 만든 과일 겉절이는 푸석푸석 말라버렸다. 무전과 배추전은 분명 갓 부쳤을 때는 바삭했지만 시간이 지나 눅눅해졌다. 다행히 메인인 굴 파스타는 먹을 수 있었다. 이거라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인 거지.
“오 비리지 않고 맛있네. 어떻게 한 거야?”
누나는 굴 파스타가 맛있다며 나에게 레시피를 물어보았다. 엄마는 “무전 맛있다. 이건 진짜 처음 먹어보네. 너무 맛있어 아들”이라고 말하시며 볼품없는 아들 요리를 맛있게 드셔주셨다.
“에이. 막걸리가 다 둥둥 떴네!”
고된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는 쉬어버린 막걸리 한입을 아쉬워하셨다. 식탁에 앉은 사람 모두 고생해서 요리한 내게 좋은 말을 건네주었지만 사실상 대접이라고 말하기 스스로 부끄러웠다. 이건 대접이 아니었다. 엄마께, 그리고 가족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체되어 쉬고, 마르고, 눅눅해진 요리를 내놓게 되었으니까. 요리해 주는 아들은 대접이 처음인지라 요령이 없었고, 그럼에도 많은 수의 요리를 하고 싶어 과한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겠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는 엄마가 해주셨다. 아들에게 요리하느라 고생했다 말씀하시면서 말이다. 엄마의 말씀을 듣고 깊이 생각해 보았다. 고생한 것과 별개로 이런 방식으로는 대접하기 불가능하다. 맛있고 온전한 요리를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노력과 정성도 대접의 한 부분이지만 요리는 맛이 근본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요리를 정성을 다해 차려 드린다는 것. 이게 대접의 기본이란걸 알게 되었다.
첫 대접은 좋았던 과정, 아쉬운 결과물이라 말해야겠다. 이번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요리를 짧은 시간에 따뜻하게 대접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요리해야 하고, 화려하게 요리하려 욕심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은 이렇게 회고하고, 다음 달에 있을 두 번째 대접에는 발전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