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 : 매년 김장 하시는 엄마께
오늘은 엄마와 아빠가 아빠의 둘째 삼촌의 아들의 아들과 아들 애인의 결혼식에 가셨다. 그사이 나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했다. 엄마 집 주방 가스레인지 밑에는 가정용 오븐이 있는데, 김장날부터 주말끝까지 엄마 집에 있기로 해서 오븐을 사용해 바스크 치즈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안성에 오기 전,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베이킹 도구 몇 가지를 샀다. 2호 크기의 케이크 틀과 스패출러, 베이킹 저울이 그것이었다. 어제 식사 대접 장을 보면서 크림치즈와 백설탕, 박력분, 생크림도 장바구니에 같이 넣었다. 이 도구와 재료들은 베이킹을 하지 않는 엄마 집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재료이기 때문에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위해 모두 구매했다.
시곗바늘이 오후 2시를 넘어갈 때 부모님은 아주 먼 친척 결혼식으로 출발하셨고 누나와 아기 조카 그리고 나만 집에 남았다. 햇빛이 드는 아파트의 오후 2시는 베이킹 하기 좋은 시간이라고 느껴졌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나긋한 햇살이 집안 깊숙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볼에 크림치즈 400그램을 담고 백설탕 120그램을 계량해 넣어 섞기 시작했다. 베이킹에서 계량은 매우 중요한 걸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에 1그램의 오차도 없이 계량하는 데 집중했다. 볼에 담긴 아주 뻑뻑한 크림치즈가 설탕과 섞이니 부드러워졌다. 고지식한 사람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듯 말이다. 설탕이 크림치즈와 같이 녹으면 계란 3알과 함께 섞어준다. 그러면 반죽은 더 크리미해진다. 그리고 생크림 200밀리리터를 넣고 휘핑 치듯 거품기로 섞어주었다. 반죽은 금세 묽게 변했고 마지막으로 박력분 20그램을 체에 걸러 넣어 반죽을 완성했다.
반죽을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먹어보았다. 반죽이 너무 맛있어 숟가락으로 퍼먹어볼까 고민했지만 금세 포기하고, 오븐을 200도에 맞춰 예열했다. 그 사이 케이크 틀에 종이 포일을 깔고 반죽을 부어주었다. 레시피에 보니 반죽 안에 공기 방울이 없도록 틀의 바닥을 탁탁 쳐주라고 했다. 탁! 탁! 그리고 무심하게 뜨거운 오븐에 넣었다. 200도에서 30분 알람이 한번 울리고 180도에서 20분 알람이 한 번 더 울렸다. 그리고 10분을 더 구우면 바스크 치즈케이크의 꽃인 검게 태워진 케이크 윗부분이 만들어진다. 이미 집안은 오븐에서 나오는 빵 냄새로 가득했다.
빵을 오븐에서 꺼내는 순간 아기 조카가 다가왔다. 아기 조카는 “삼! 빠앙 빠앙”을 외치며 ‘나는 귀여움이 넘치니 삼촌은 어서 케이크 한 입을 제공해’라고 말했다. 종이 포일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빵 쪼가리를 떼어 주었다.
“어때? 맛있어?”
내 질문에 아기 조카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똑같이 포일에 붙어있는 작은 조각을 먹어보았다. 아직은 따뜻해 말랑말랑한 빵 조각은 치즈의 풍미와 은근한 달콤함이 배어 있었다. 지금 당장 바로 퍼먹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이또한 금세 포기했다).
저녁 8시가 넘어 돌아오신 엄마께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만들었다고 했다.
“오븐 괜찮았어? 이사 와서 한 번도 안 썼는데.”
걱정하는 엄마께 나는 신난 마음으로 시식을 요청했다. 엄마는 겉옷만 급하게 벗고 주방으로 오시더니 “그래 이거. 지난번에 카페에서 너랑 먹었던 거잖아”라고 말씀하시면서 포크를 집어 한 입 드셔보고는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나도 한 입 먹어보았다. 이건 성공이다. 달큰한 성공의 맛이다. 어제 엄마께 잘해드리지 못한 식사를 오늘 바스크 치즈케이크로 대신한 느낌이었다. 엄마와 오늘 밤은 한 조각만 나누어 먹고 내일 아침 드립 커피를 내려 또 먹자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