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다면적인 존재라고 믿는다. 나 또한 그렇다. 조용히 둘이서 이야기를 할 땐 한없이 깊게 진지한 사람인 척도 잘하고, 여럿이서 만나는 자리에선 재간을 부리거나 응변에도 능한 성격이다.
나는 이러한 스스로를 차가운 나와 뜨거운 나, 이렇게 분류하고 있다.
차가운 나를 관찰할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는, 말에 글같은 맛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를 볼 때 그 맛이 도드라진다. 뜨거움을 식혀야해 쓰지 않을 수 없어서 때때로 적던 글이 취미가 되었고, 그러다 이렇게 주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로 세상에 드러난 것이 기쁘다. 차가운 나와 뜨거운 내가 잘 버무려진 덕이다.
세상을 겪고 감정이 격정에서 사뭇 벗어난 이후로, 우린 더이상 꼴도 보기 싫어서 관계를 접는 경우가 별로 없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대부분의 지인이 그럴 것이다.
우리의 이별은 이제 고요하게 이뤄진다.
가끔은 보고 싶겠지만, 매일 볼 자신은 없어서 헤어진다.
그렇기에 매일 보고 싶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결심한 이들은 정말로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시작을 내게 부탁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축복을 꾹꾹 담아 사회 대본을 적는다.
결혼을 거래의 눈으로 보는 이가 있고, 사회적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가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혼을 사랑과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아마 사람들 대부분은 저 세 관점이 저마다의 비율로 섞인 눈을 가졌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랑을 공부하는 나 조차도 조건, 시기, 체면을 무시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사회를 보는 연인들은 그래도 자기 철학에 사랑을 한 아름 더 분배한 이들이다. 아주 많을 필요도 없이 한 걸음만 더 나아간 마음, 그리고 행동 -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춥던 겨울 지나 봄이다. 엊그제만 해도 3월 말답지 않게 바람이 매섭더니, 오늘은 늦어서 미안하다는 듯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봄이 제 열기를 포근함으로 전한다. 새는 지저귀고 꽃은 핀다. 내 님은 어디에 있나- 같은 한탄보다, 주변인들에게 딱 한걸음 더 나아간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봄이 사람을 가리고 찾아오지 않듯, 올해 내 사랑은 좀더 세상을 향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