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글
사실 나는 그릇에 그림을 그려 넣으려고 도자기를 시작했지만 도자기 작업을 하는 동안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이 즐겁지 않았다. 아마도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커서였던 것 같다.
버킷리스트까진 아니지만 안 해 본일 해보기라는 구실로 머리와 마음으로만 상상하던 것들을 실현해 보는 즐거움을 느껴보고자 나는 지금 그릇에 그림을 그려 넣었고 또 그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푸풍고래는 결국 나의 이야기이다.
도예가로 불리기엔 턱없이 모자란다는 자격지심으로 언제나 자신이 가짜 같다는 생각으로 이런 일 저런 일을 기웃거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터를 옮겨오면서 다행히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하지만 단단해짐과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시련은 꾸준히 찾아왔고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종류의 아픔들은 또 새로운 시야를 만들어주었다.
지금 나의 그릇작업은 나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많은 수강생들로 인해 삶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고, 또 푸풍고래와 그의 뱃속에서 노는 작은 물고기들처럼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 낯선 곳에서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냥 접시에 그려진 푸른색 물고기에 푸풍고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이 고래가 하늘에서 바다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쓰고 그리는 동안 나는 혼자 모니터 앞에서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이 푸풍고래 이야기는 내가 나에게 주는 오십하고 두 살의 생일 선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