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의보

3월이 무섭다

by studio imparo 소희

어제부터 하늘이 꾸물거렸다.


오늘도 기온은 높지만 오후 4시인데도 시야가 어스름하다.

서울시 미세먼지 주의보가 떴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내 마음이 그렇지 않다. 어제부터 자꾸 축축 처진다.

가라앉는다.

날씨 탓이라고 하기에는, 이유는 따로 있다.


0명

월요일 오전,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파일럿 수업 회의가 끝났으니 날짜, 시간, 수강 인원, 강의 제목을 알려달라고.

AI 활용 수학 지도 수업이라 컴퓨터실 배정을 확인하고, 인원은 최대 15명으로 제한했다.

AI를 직접 다루어야 하는 수업이니까.


목요일, 올라온 공고를 봤다.


'AI를 활용한 초등 수학 지도-수강 인원 15명-신청 0명'


올라간 당일이니 자연스러운 숫자다. 그런데 그 0이 내 머리를 때린다.

앞으로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모집이 안 되면 어떡하지.


1월, 마포 청소년수련관에서 AI를 활용한 동화 만들기 수업이 인원 미달로 폐강됐다.

그때의 무력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내 마음은 무거워진다.


혼자 누르는 사람


사실은 엉엉 울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나 혼자 꾹꾹 누른다.

나는 고민을 밖으로 꺼내어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다. 힘든 일도 내색하지 않고 누르고 버티다가

풀리면 안도하고.

기쁜 일도 크게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잘했다고 웃어줄 뿐.


외부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은 외향형이라고 생각한다. 강사를 할 때는 자동으로 전환되니까.

강단에 서면 목소리가 커진다. 웃음이 나온다. 에너지가 생긴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그 에너지는 이미 사용되고 없다.

혼자 조용히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는다.

그러다 슬며시 걱정이 올라온다.


아무도 모르게.


가장 강력한 카드


기존 강사들은 쟁쟁하다. 기존 협회에 소속된 강사들이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파일럿 수업도 기존 중등 수학 지도사 과정의 강사님의 갑작스런 공백 위에 놓인 자리였다.

그마저도 초등으로, 파일럿으로 먼저.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성인 강좌 강사로 스타트를 해야 내 16년 경력이 이어진다.

이 강좌가 인정되어야 다른 센터로 뻗어나갈 수 있다.


첫 수입, 그 두 글자가 생각보다 무겁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인정이 목적이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된다는, 그 확인이 필요한 것 같다.


3월이 지나면

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


날씨가 맑아지면, 공기가 깨끗해지면,

내 마음도 환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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