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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자 일하는 사람 Nov 21. 2022

키보드가 40만 원이 넘는다고?

굳이 비싼 돈 주고 키보드를 사는 이유

원래 키보드를 따로 사용하지 않았었어요. 십수 년을 개인 컴퓨터로 노트북을 사용해왔고, 외장 모니터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노트북 달랑 하나만 사용해왔거든요. 초반 몇 년 간을 제외하고는 쭉 맥북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제가 사용해온 키보드는 거의 맥북에 달려있는 키보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해피해킹이라는 키보드가 있습니다. HHKB라고도 하고요, 키보드 끝판왕이라고도 불립니다. 따로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던 제가, (회사 물품 외에) 처음으로 제대로 사용해 본 키보드였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지인께서, 세상에 세상에, 본인이 사용하던 이 값비싼 키보드를 저에게 선물로 주셨어요. 얼떨결에 끝판왕 키보드로 키보드의 세계를 처음 접한 거죠. 키를 누르는 순간,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느낌이라고도 하는데.. '도각 도각'이라는 의성어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환상적이었습니다. 키보드를 연결하고 코딩을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 거 있죠! 키를 하나하나 누르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도 그냥 키보드를 두들기기도 했다니까요 ㅋㅋ 그러다가 그냥 두들기는 건 의미가 없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거나 쓰지 않아도 될 글을 막 적어대는 저를 보고 '아, 이래서 사람들이 좋은 키보드를 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최고급 만년필을 쓰면서 그 촉감에 중독되어 계속 뭔가 쓰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 감촉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선물로 주셨던 지인께 정중히 다시 선물로 되돌려 드리고(ㅋㅋ), 유무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해피해킹 하이브리드 타입 S" 모델을 구입했습니다. 배송비까지 합쳐 가격이 무려 40만 원이 넘었었네요 ㅎㄷㄷ..


나의 두번째 해피해킹, 하이브리드 타입 S


저의 키보드 여정은 흘러 흘러 지금은 NuPhy사의 Air75라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피해킹 키보드는 그 감촉에 중독될 정도로 좋아했지만, 키 배열이 너무 특이하다 보니 아무리 써도 맥북 키보드만큼은 적응이 잘 안 되어서 다른 키보드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피해킹만 사용할 때는 모르다가 오랜만에 맥북 키보드를 두들겨보면 뭔가 생산성이 확 올라가는 느낌이었어요. 아무리 타건감이 좋다고 해도 생산성보다 중요할 수는 없기에 저에게 더 맞는 키보드를 찾았지요. 그리하여 현재 정착한 키보드가 바로 Air75입니다. 이건 가격이 10만 원대로, 해피해킹 키보드보다는 훨씬 저렴합니다.


지금 주로 사용하는 NuPhy의 Air75


아! 어쩌다 보니 제가 쓴 키보드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네요. 이 글을 쓰려고 맘먹었을 때의 주제는 그게 아니었는데. 암튼,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내 마음에 드는 키보드는 좀 비싸도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에 드는 키보드는 타이핑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에 뭐라도 더 타이핑하고 뭐라도 더 생산해내게 되더라고요. 키보드를 누르는 것 자체에 즐거움이 생기기 때문에 조금 지루한 일도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키보드가 필기구나 마찬가지죠. 내 취향에 맞으면서 생산성도 올려주는, 괜찮은 필기구 하나 장만해 보시는 거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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