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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udio Mountain Oct 25. 2017

[효자바베서촌]
지나간 시간 위에 새로움 쌓기

효자바베 공간 브랜딩 이야기

효자바베서촌 1편- 비지니스 컨설팅 편을 보고 싶으시다면
효자바베서촌 2편 - 메뉴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공간 작업을 한다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입니다. 특히나 오랜 시간 세월의 축적이 이루어진 장소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은 더욱이나 그렇죠. 공간은 장소의 문법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맥락에 따라 함께 숨을 쉬어야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편에서 언급했듯이 효자바베의 브랜드 핵심 키워드로 

뒷골목 / 익숙함 / 편안한 / 한국적인 / 서민적 / 부담 없는 / 맛집 / 재해석

을 도출해냈습니다. 


부담이 없고 익숙하고 편안한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일까요.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오랫동안 봐 왔던 것들이죠. 그런 디자인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불특정 다수일 것입니다. 소수의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필요에 의해서, 생존을 위해서 만든 디자인입니다. 


뒷골목이라는 것도 민중에 의한 자연발생적 디자인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에 일본식 토지구획으로 도시가 정리되었지만, 일본식 직사각형 가옥의 형태에 맞게끔 구획된 토지구획은 한국식 정방형 가옥과는 맞지가 않았습니다. 집의 대문은 항상 남향이나 동향으로 내고 싶어 하는 한국의 주거문화로 인해 구획된 토지 단위 속에 뒷골목이 생기고 막다른 골목이 발생하게 됩니다. 


버내큘러(Vernacular) 


이런 다수에 의한, 생활을 위한 자연발생적인 디자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던 디자이너가 있었습니다. 바로 티보 칼맨(Tibor Kalman)이라는 디자이너인데요. 우리에게는 COLORS 잡지의 편집장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지배자에게 그들의 언어를 강요당한 하위주체들이 그 언어를 습득하고 지배의 질서에 복속된 뒤, 다시 그것을 변형시키고 그를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문화를 버내큘러(Vernacular)라고 했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은 현대에 와서는 보통 전문가가 만든 프로페셔널 디자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일반 민중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자생적이고 토속적인 디자인을 가리킵니다. 

저희는 서촌의 주변 상권의 풍경도 자연발생적이며,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규칙과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시간의 축적 속에 사람들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죠. 새로운 공간의 컨셉을 제시해서 지역의 문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 오랜 시간 갖고 있던 한국적인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슈퍼노멀(Super normal)


또한 '익숙함'과 '편안한'이라는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슈퍼노멀. 일본의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 발견한 디자인적 개념인데요. 그는 여느 일반적인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기업에 취직하여 시계나 마이크로 전자제품을 디자인하던 전형적인 인하우스 디자이너였었어요. 


2003년에 나오토 후카사와 디자인사(Naoto Fukasawa Design)를 설립하여 독립한 그는 2005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자신의 알루미늄 스툴 시리즈를 전시했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전시장에 간 그는 방문객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의자를 휴식용 의자인 줄 착각하고 앉아있는 장면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람회에서 문제의 알루미늄 스툴을 본 오쿠타니 다카시는 당시 옆에 있던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에게 ‘슈퍼노멀’이라고 중얼거렸고 모리슨은 이를 놓치지 않고 ‘슈퍼노멀’이라는 개념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후카사와와 함께 착수하였습니다. 


슈퍼노멀에 대한 그들의 정의를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슈퍼노멀’은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보다는 편안해 보이고 기억에 남을
일상적 요소를 디자인하는 데 더 관심을 둔다.
 ‘화려하거나’ 혹은 ‘시선을 사로잡는’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았지만 ‘아니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끌리는 그런 매력이다.

마치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하면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 ‘별로네’ 혹은
 ‘그저 평범하네’하는 부정적 첫인상이 ‘근데 썩 나쁘지 않네.’로
바뀌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처음의 감성적 거부감을 극복하다 보면, 육감적으로 왠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매력을 느끼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끌림이 있다. 우리를 마구 흔들어
제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성질을 지닌 것들이
 ‘슈퍼노멀’이다.


<슈퍼노멀>, 후카사와 나오토 · 제스퍼 모리슨, 박영춘 옮김, 안그라픽스, 2009



효자바베의 공간 디자인은 버내큘러슈퍼노멀이라는 탈 모더니즘적 개념 위에서 전유된 버내큘러 디자인을 염두해 두고 출발했습니다. 전유된 버내큘러 디자인은 쉽게 말해 오래된 전통식당 ~관,~옥,~정 대중식당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파생된 레트로 컨셉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플레이팅을 고를때 특히 슈퍼노멀을 되네였다지요~ 2편을 참조해주세요^^


70년대 이후부터 80년대 향수를 담은 고전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감성을 일으키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지금부터 효자바베의 공간 안에서 어떤 버내큘러가 녹아 있는지 소개해드릴게요.



버내큘러 디자인 1 : 옛날 정육점의 고전 폰트 



사진 순서는 70년대, 80년대 그리고 이것을 재해석한 현대의 효자바베 모습입니다.

효자바베 폰트는 예전의 정육점 간판 폰트에서 그 형태를 따 왔습니다. 저희가 정육점에 대한 자료를 조사한 이유는 일단 효자바베가 바베큐 요리가 주된 요리이며, 따라서 옛날 정육점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맨 왼쪽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문화 정육점은 도로포장도 안 돼있고 지붕은 심지어 초가지붕이네요. 


가운데 사진에 나온 한일 정육점은 구조나 형태적인 면에서 서촌의 효자바베와 굉장히 많이 닮아 있습니다. 저희는 한일 정육점의 사진에서 힌트를 얻어 효자바베의 공간을 풀어내었습니다. 


한일 정육점의 폰트 끝 부분이 둥글둥글 굴려져 있습니다. 효자바베의 타입 페이스는 이런 고전적 폰트의 느낌을 최대한 드러내는 방향으로 구현해보았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2 : ~관,~옥,~정의 현판들



자칭 전통 대중식당 (~관~옥~정 )애호가 ㅋㅋ 인 스튜디오 마운틴이 자주 가는 음식점 중 하나인 하동관의 입구면입니다. 우리나라 ~관~옥~정의 버내큘러 디자인의 특징 중에 하나라면 바로 입구면에 있는 세로형 나무 현판인데요. 왠지 이 나무 현판이 정갈하게 걸려 있으면 (그리고 그 나무가 오랜 세월의 흔적이 있다면) 더 신뢰가 가고 맛집일 거라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런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현판을 제작했습니다. 

효자바베의 주 요리인 숯불 바베큐 요리의 아이덴티티를 위트 있게 풀어내어 숯불 바베큐 전문이라는 글씨를 새겼죠. 이런 요소들로 하여금 일반 사람들도 부담 없이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랐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3 : 문방



방은 가옥이던 가게던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붙여놓는 요소입니다. 입춘이 오면 집마다 대문에 입춘대길을 써놓고 복을 기원했었죠. 가게에는 숭덕광업이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붙여놨죠. 주역에 있는 말인데요. 덕을 높이고 업을 넓힌다는 이야기입니다. 종로에 붓글씨를 쓰는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효자바베의 방을 받아왔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4 : 추억의 문고리



공간에서 모든 요소들은 그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입구를 들어올 때의 손잡이는 가게의 문과 동시에 손님들이 제일 먼저 브랜딩을 느낄 수 있는 시작점이죠. 손잡이도 80년대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에서 생산된 오래된 기성의 손잡이를 찾아다녔습니다. 생산이 중단된 디자인도 많기 때문에, 적합한 손잡이를 선택하는 데에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왼쪽 사진은 요즘에 기본형으로 생산되는 검정 손잡이 었고, 가운데 사진에서 보이는 손잡이는 주물로 제작이 되었긴 했지만 레트로 컨셉의 임팩트는 떨어졌습니다. 한참 샘플들을 찾아다니다가 을지로 철물점 구석에서 극적으로 발견한 저희가 생각하는 80년대 디자인에 가까운 가장 오른쪽 것을 적용시키기로 하였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5 : 메뉴 보드와 포스터



대중식당의 나무액자 많이 보셨죠? 이상하게도 대중식당에 가면 눈에 안 들어올 것 같은 저 액자들에 눈이 갑니다. 그리고 그 안의 텍스트들을 아주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는데요. 효자바베의 메뉴 보드도 이런 대중식당의 요소를 적용해 제작했습니다.


벽면에 부착된 메뉴보드와 포스터들


저희가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맥파이의 수제 맥주를 주류 메뉴로 제안드렸는데, 특히 바베큐 차콜의 아이덴티티를 은유적으로 느낄 수 있는 흑색 맥주인 포터를 메인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포터를 부각하기 위한 80년대 느낌의 포스터를 디자인 했구요.


메뉴와 함께 포터의 이미지도 효자바베 70- 80년대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메뉴판을 어떻게 만들어 볼까 고민을 하던 차에 대중식당 애호가답게 평냉을 먹으러 우래옥에 들렀지요. 점심시간이라 대기줄이 길었습니다. 앞에서 대기표를 나눠주는데 오~ 호!


여름철엔 발디딜 틈 없는 이곳
우래옥 대기표에서 착안~ !


우래옥에서 제대로 영감을 주셨네요. 아크릴 프린트를 적용하여 테이블용 메뉴판을 제작해 보았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6 : 노포 집의 타일 바


자료를 서치 하다가 발견한 한국적인 오래된 노포집 사진입니다. 가운데 원형 테이블 형태로 타일 바를 제작해 놓았는데요. 이 오래된 타일 바 사진이 머릿속에 계속 남았습니다. 좁은 동선을 살리기 위한 형태로서 바를 생각 하고 있었는데 노포에 바가 있는 자료를 찾게 되자 참으로 반가왔습니다. 금속을 구하기 어려웠넌 옛시절에는 식당에서 타일 소재를 사용하는것이 가장 기능적인 방식이였겠지요. 키친에는 전체적으로 세월감이 뭍어나면서 반대로 세련되 보일수있는 타일 소재의 머테리얼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효자바베가 단순히 복고 컨셉으로 인식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항상 저희가 하는 작업에는 새로움을 도출하는 발전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맥파이를 컨텍한 이유도 그중에 하나이고요.

디자인적 맥락도 한국 전통 대중식당의 현대적인 재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바의 구조적인 모습은 오래된 스타일을 재현하되 한국적이면서 트렌드를 반영하여 새롭게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오른편 Butcher의 간판 이미지는 정육점 리서치를 하다가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부처스컷에서 보여지는 컬러감이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전달한다고 생각하여 블랙 앤 화이트 컬러감을 바에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델링 한 바의 이미지입니다. 저 가운데 나무기둥이 내려오신 게 보이시나요? 저 나무기둥의 디자인이야말로 버내큘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 나무기둥의 사연은 다음 편에서 설명을 드릴게요. 하아... 저 나무기둥 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궁금하시면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바 위의 선반 유리는 오래된 가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고방 유리를 사용했습니다. 바둑판무늬 유리 뒤로 형태들이 다 노출되기 때문에 바의 재료들을 쌓아두는 것 외에 선반의 식재료들도 고객들에게 노출됨으로써 씨즐 효과를 낼 수 있게 의도하였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7 : 네온사인


네온사인도 레트로 무드를 연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당시만 해도 수제 맥주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많이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에일맥주를 네온사인으로 제작하여 새로운 메뉴를 시각적으로 어필하고자 했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8 :  전통 포장마차의 씨즐 효과



종로에 있는 포차 사진입니다. 많은 재료들이 가판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자연스레 눈이 가고 재료의 신선함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저희는 이런 종로 거리에 있는 포차의 디스플레이 방식과 미국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트레이에 재료가 담겨서 디스플레이되는 방식을 모두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두 요소를 적절히 디자인적으로 풀어내어 클라이언트가 구상하던 미국식 바베큐의 오리지널리티와 한국적인 포차의 정체성을 함께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완성된 바에 재료들이 올라가 있는 모습입니다.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트레이 밑에 얼음을 두어 상온에서의 보존 효과를 크게 기능적으로 높였습니다. 얼음이 녹을 경우 트레이 밑의 구멍을 통해 물이 빠지고, 바에도 물이 빠지는 설비를 해놓아 물이 자연스럽게 하수로 빠지도록 설계해 놓았습니다. 당연히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바의 뒤편에는 공간을 확보하여 주방집기들을 둘 수 있게끔 했고요.


얼음과 바베큐에 사용되는 고기의 원재료와, 그 위의 후추, 로즈마리 등의 장식이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앞서 여러 차례 말씀드려왔던 씨즐 효과인 거죠.


모델링 작업을 거쳐 트레이는 바의 사이즈에 맞게 자체 제작을 했습니다.


트레이에도 효자바베의 워드마크가 노출이 될 수 있도록 스텐실을 적용했는데요. 좌측 사진은 스텐실 테스트를 했던 사진입니다.



짠~!! 어떠세요?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시나요? 

 키친의 바는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도구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기획했고 동시에 고객들이 식사를 하면서 향신료를 포함한 다양한 원재료들을 볼 수 있게 하여 기능적인 요소와 비주얼적인 부분들을 함께 담아내었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9 : 조명


무심한 듯 하지만 모든 디테일을 고려하여 최대한 80년대의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는데요. 전기 배선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옛날 한옥의 골조를 갖고 있었던 공간이기 때문에 막혀있었던 천정을 개방하여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전선도 예전에 한옥에 전기 배선을 하던 시스템으로 노출시켰습니다. 전구의 경우도 별다른 등기구 없이 전구만으로 구성했는데요



 전구에 연결된 전선이 독특해 보이지 않나요? 저 전선은 무엇일까요?



네. 바로 다리미 끈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모든 게 다 생소해 보이지만 예전에는 다리미 끈으로 직접 전구 전선을 만들어 등을 달았던 가옥들이 많았습니다. 효자바베의 브랜드 핵심 키워드인 서민적인 느낌도 들지요. 저렇게 판매하는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어렵게 다리미 끈을 구해 직접 현장에서 제작을 했습니다.



전원 스위치도 80년대 가옥들의 이미지를 리서치해서 그 당시에 널리 사용되던 형태의 스위치를 구매했습니다. 또한 형광등에 들어가는 조명 갓도 80년대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스타일로 구해보았습니다.(가운데 사진) 외부 등도 전통적이면서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적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요소들 모두 한국적인 요소들이라 할 수 있죠.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저런 걸 누가 써?라고 하겠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우리나라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많은 디자인적 레이어들이 중구난방으로 쌓여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10 : 신주와 나무 몰딩



하드웨어적인 것들도 하나하나 디테일을 살렸는데요. 문고리부터 해서 자물쇠, 문의 연결고리 등 모든 부품들은 신주(황동)로 통일시켰습니다.



나무 몰딩의 경우 저희가 원하는 전통 몰딩 형태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공장에서 깎아서 제작했습니다. 형태가 있다고 해도 소재가 플라스틱 같은 저가형 기성품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마감 디테일이 표현되기 힘들었습니다. 80년대 몰딩들을 리서치해보면 또 장식적인 디자인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집 안 마감을 몰딩 처리하는 집들은 당시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던 시점이라 이런 장식적인 요소들도 많이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몰딩을 만드는 공장을 직접 찾아가 몰딩을 직접 깎아서 전통 가구 마감 법인 보카시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작업한 몰딩을 확인해보시죠. 천정과 벽지 아래에 몰딩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벽지는 화려하면서도 레트로 느낌을 담은 장식적인 벽지를 선택하였고요.


 천장을 주목해보시면 보입니다 ㅎ


마지막으로 저희가 즐겨 다니는 서북 면옥의 천장에서 발견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실링팬을 구하여 천정에 설치해서, 여름철 분리된 룸의 냉방 효율도 높이는 동시에 전통 대중식당 아이덴티티를 더욱더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게 의도하였습니다.


버내큘러 디자인 10 : 슈퍼노멀 한 소품들


공간 자체의 모든 디테일은 80년대 컨셉에 맞추어 브랜딩 되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모여서 공간의 무드를 통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게 되니까요. 



효자바베 클라이언트를 처음 인터뷰했을 때 클라이언트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작은 디테일, 사소한 소품도 예뻤으면 좋겠다. 그리고 화장실이 예뻤으면 좋겠다."


따라서 전체적인 공간 브랜딩 외에도 작은 디테일을 위한 사소한 소품들을 마운틴에서 직접 골라 드렸습니다.

한라산과 함께 토닉워터 대신 천연 탄산수를 내어주기로 하였는데, 가게에 굴러다니던 공병을 재활용하여 화장실 화병으로 사용해 보았답니다. 장미꽃에 안개꽃... 아련하게 국민학교(졸업할 땐 초등학교였지요.ㅜㅜ)에 처음 입학할 때 저런 꽃다발을 받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가운데 사진에서 잘 보이진 않으시겠지만 화장실 수전도 신주로 제작된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후문이지만 따로 손님들께 구입문의도 많이 들어왔다고 하네요. 화장실의 거울 또한 몰딩을 직접 깎아서 한옥 문살 모티브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이전 편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플레이트도 브랜딩을 전달하는 공간의 소품이라 생각되는데요. D&Department 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접시와 그릇을 고를 때 발견한 시약병을 화병으로 사용해보았습니다. 또한 화장실의 향기에도 신경을 쓰기 위해서 무인양품의 디퓨져도 가져다 놓았죠.  



브랜드 접점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두루두루 사소한 것까지 정말 신경을 많이 쓴 작업이었답니다. 자세히 보시면 냅킨꽂이와 꽃병도 효자바베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시죠? ^^ 




이상 효자바베 공간에 녹아있는 다양한 브랜드 접점들 - 버내큘러 디자인 10가지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효자바베를 방문하실 일이 있다면 한 번 자세히 확인해보시면 다른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4편에서는 효자바베 공간을 작업 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더욱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2017 Studio Mountain
스튜디오 마운틴은 브랜드 기획을 기반으로 2013년 설립된 토털 브랜딩 스튜디오입니다.
http://studiomount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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