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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시작에 가까운 계절

우리들의 겨울 이야기

by STUDIO 명랑
"이 이야기는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새벽 아침 출근길에서 시작됩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기 싫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그 풍경은 눈이 쌓여가는 거리 위로 퍼져 있었습니다. 그 새벽의 공기와 빛, 그리고 눈이 가진 조용한 숨결을 잠시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서서히 쌓이는 시간,

도시는 깊은 숨을 쉬며 고요하고, 모든 소음은 멈춰 있습니다.


가로등 아래 반짝이며 흩날리는 눈송이와

아주 느린 속도로 깨어나는 피아노의 미세한 떨림이

이 겨울 이야기를 천천히 열어갑니다.


눈이 천천히 내릴 때 세상은 잠시 숨을 고릅니다.


흩날리는 하얀 입자들로 소음이 잦아들면,

도시는 한 박자 느려지고, 새벽의 첫 장면을 서서히 그려갑니다.


고요한 눈길 위에는 떠오르는 얼굴과,

다시 이어질지 모르는 그 날의 여운이 얇게 머뭅니다.

눈은 ‘그리움’이라는 질문을 조심스레 건네고,

그 질문은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잠겨듭니다.


눈은, 우리에게 무엇을 잠시 멈춰 보라 말하는 걸까요?


눈은 그저 풍경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던 작은 흔적들을 조용히 드러내기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둘만의 세계였던 첫 댄스의 떨림,

기억은 눈으로 내려와 오래된 빛을 다시 밝히고,

그 잔향은 선율 속에서 조용히 이어집니다.

어느새 눈은 지나간 흔적을 덮으며 새로운 길의 형태를 천천히 드러냅니다.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은 조심스럽지만 단단하고,

따뜻한 빛 아래에서 이어지는 발걸음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서서히 번집니다.


어두운 새벽 속에도 순수함은 눈빛처럼 맑게 드러납니다.

설명보다 느낌으로 남는 아름다움이

피아노의 울림과 포개져 잔잔한 떨림을 만듭니다.


겹겹이 쌓이는 눈처럼 새로운 시간들은 담담히 이어지겠죠?


과거는 잠시 묻히고, 새로 쓰이기 위한 마음의 조각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겨울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까운 계절입니다.

마지막 선율이 번지는 순간, 하얗게 열린 길 위에

새벽의 온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로 바람은 조용히 지나가고,

겨울의 새벽도 천천히 밝아옵니다.

눈은 계속 내리고, 고요함은 그대로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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