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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실시옷 May 03. 2024

마음속 책상을 들여놓았다.

몽글몽글 자수의 매력

어느 날 우연히 블로그에서 보게 된 자수. 색색의 실로 예쁜 이니셜을 그려 놓았다. 프랑스 자수라고 한다. 실의 질감도 색도 너무 좋다.


‘예쁘다 언젠가 배워 보고 싶은데 비싸겠지?‘


 아직 돌도 안된 둘째는 어렸고, 네 식구 살림은 너무 빠듯했다. 보통이었다면 이런저런 핑계로 넘겼을 것인데 나답지 않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 때마다 출산 후의 나의 모습을 다짐하곤 했다. 염원한다고 하는 게 더 맞나? 첫째를 낳을 땐 주체적인 삶을, 둘째를 낳을 땐 해내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때 그 다짐이 떠올랐던 것이다.


 ’ 독학을 한번 해보자!‘


 보글보글 부풀어 오른 의지가 꺼지기 전에 프랑스자수 책 한 권을 샀다. 그리고 중고실과 자수에 필요한 기본 재료도 샀다. 실패에 가지런히 감겨 있는 색색의 실들을 보고, 손끝으로 감촉을 느끼며 행복했다. 아직 풀지 않은 내 그림들이 가지런하게 감겨 있는 것 같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수험생이 공부하는 심정으로 책에 있는 자수를 하나하나 모두 놓아 보며 손의 감각을 익혔다. 눈은 침침했고, 몸은 피곤했지만 매일이 설레었다. 어디에든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원단과 실을 두고 틈틈이 수를 놓았다. 밥솥에 불을 올려두고도 수를 놓았고, 아이의 관심이 엄마가 아닌 다른 곳에 옮겨 갔을 짧은 시간에도 바늘을 들었다. 오돌토돌 손에 만져지는 질감이 원단 한가득 채워졌다. 떨어진 셔츠의 단추는 달아도 달아도 계속 떨어졌지만, 쓸모는 별로 없는 이 바느질은 재능도 있는 것 같았다. 부족한 나의 그림 솜씨에 실의 질감을 더한다면 멋진 작업이 될 것 같았고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부족한 그림 실력을  다른 손재주로 때우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보이는 모든 곳에 수를 놓았었다

 실이 원단에 한 땀 한 땀 올라가듯이 나의 꿈도 하나하나 색을 올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공방이라는 것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작은 재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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