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캐릭터
쏭은 동그란 얼굴에 긴 귀와 눈, 코, 입 간단하게 그렸던 나의 캐릭터다. 임신을 하며 매일 그림을 그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배가 불러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간단하지만 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어 등장인물들을 만들었다. 간단한 형태와 함께 그리기 제일 쉬운 도구를 사용했다. 스케치북, 검정펜, 빨간색 파란색 사인펜. 귀엽지도 과하지도 않지만 충분히 내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첫아기는 잠을 이기는 아이라 불을 끄고 자장가를 부르면 울기 시작했다.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어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말똥말똥 잠을 이겨냈다. 감각 또한 까다로워 밥을 제대로 먹지도 않았고, 옷을 입는 것도 싫어해서 추운 겨울 빼고는 늘 벌거숭이로 지냈다. 유모차와 카시트엔 앉히기만 해도 울었기에 언제나 안고 다녔고, 낮잠 시간에 맞춰서만 차량 이동을 했다. 모두가 까다롭다고 혀를 끌끌 찼지만 그 외에는 잘 울지 않았고, 혼자서 탐색을 잘하는 아이였다. 게다가 겁이 많아 위험한 행동을 잘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내 아이라 너무 예뻤다. 안고 다니는 그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푸석푸석한 얼굴도, 초라한 옷차림도 엉망인 헤어스타일도 아이가 있으면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 삶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 시간들을 남겨두고 싶었다.
마음은 그랬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온갖 집안일과 육아를 하다 보면 틈이 나지 않았다. 바로 옆 동네에 시부모님께서 살고 계셨지만, 언제나 켜져 있는 티브이가 싫었고 충만한 사랑만큼 간식이 넘쳐났다. 예민한 엄마인 나는 아이를 자주 맡기지 않았고 그 짐을 혼자 짊어지고는 끙끙댔다.
세 칸 그려진 만화 같은 그림에 짤막한 글을 덧붙여 올렸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보다는 행복과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쓰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늘 그릴거리를 생각했다. 손바닥에 들어가는 작은 수첩이 있었는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곳에 아이디어를 짧게 적었다. 꼭 자기 직전에 생각들이 거품처럼 퐁퐁 솟아났다. 불을 켜고 아이디어를 적어두면 잠이 달아날 것 같았다. 매일 하품을 달고 지내는 피곤한 일상이었지만 생각이 흔적도 없이 금방 터져버릴 것 같아서 얼른 일어나 적어두곤 했다. 아침이면 시시해진 소재가 반이었지만 신나게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렸다.
어느 날은 누군가가 공감이 된다고 했고, 또 누구는 다음이 기대된다고 했다. 부족한 내 그림에 기대라니! 조금 더 도전해보자 싶어서 아이콘을 만드는 일을 하기로 하고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곧 계약을 했고, 캐릭터를 만드는 일을 위해 이미지저작권 등록까지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판매는 저조했고,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느렸다.
문제는 늘 외부에 있는 것 같지만 그만두게 된 이유는 내 마음에 있었다. 단순한 캐릭터로는 표정과 디테일에 한계가 있었고, 더 잘 그리고 싶었다. 깊은 고민과 함께 쏭과 밥이 함께하는 그림일기장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