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뭐였지, 나는?
공방 창업을 결심했을 때, 지역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소잉디자이너’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에서 만난 동기 한 분이 신한은행의 청년 창업 프로그램, ‘두드림 스페이스 디지털라이프 스쿨’을 추천해 주셨다. 본인은 1기에 참여해 창업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창업이나 마케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용기만 가지고 지원서를 냈고, 운 좋게 합격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앱을 개발하는 사람, 환경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 등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무리 속에서 나는, 3살과 5살 아이를 키우며 작은 공방을 운영하려는 엄마였다.
그 시절 나는 자기 계발 유튜브에 푹 빠져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뭐든 잘 될 거야.”
단순한 믿음 하나로 버티던 시기였다.
그런 내게 ‘페르소나’, ‘고객 세그먼트’, ‘타깃’ 같은 단어들은 낯설기만 했다.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렴풋이 깨달았다.
방향은 뾰족해야 하고,
고객의 니즈를 읽을 수 있어야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 내 시간과 단가도 계산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안’에만 집중해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랑 어울리는 건 무엇인지…
그걸 찾느라, 다른 사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분석하고, 설득하지?’
주변엔 세미 인플루언서라고 부를 만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을 잘 챙기고, 예쁜 것에 민감하며,
좋은 물건은 주저 없이 추천하고,
자신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기 자신이 브랜드 같았다.
마케팅이나 브랜딩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확실한 ‘색’이 있었다.
그리고 그 색으로 세상과 소통할 줄 알았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보며 생각했다.
‘브랜딩은 타고난 감각일까?’
나는 늘 무채색 같은 사람이었다.
어떤 고정된 이미지로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누구에게나 맞추려다 보니
동그란 듯 뾰족하고,
흑도 백도 아닌 회색으로 살고 있었다.
육아는 내 취향을 더욱 희미하게 만들었다.
좋아하던 옷 스타일도, 자주 쓰던 색도 잊혔다.
달라진 체형과 빠듯한 살림 속에서
편안함만을 선택하게 됐다.
그렇게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갔다.
그런데도 브랜딩을 하려면, 나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아주 작게, 예전의 나를 떠올릴 수 있는 것 하나부터 다시 모아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