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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마케팅,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by 송알송알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자수 공방을 시작한 것도 모두 내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그림을 자수로 놓고,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작의 모든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고,

‘나만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공방 운영이 3년쯤 되었을 때, 고민이 깊어졌다.

유튜브를 찍고, 자수를 연구하고, 작업물을 쌓아도 반응은 미미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선 수익이 필요했고, 수익을 내려면 ‘반응’이 필요했다.

나는 처음으로, 나만의 취향을 고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바느질하는 사람은 자연물을 좋아해!’


나는 그때부터 식물도감을 찾아보고, 화단의 풀을 관찰하고,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내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고민했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무작정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으로 자연물을 해석해보려 했다.


수업에 오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취향을 살피고, 반응을 지켜봤다.

단지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자수라는 매개로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길 바랐다.

내가 만든 작업이 누군가에게 닿아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었다.

돈을 벌기 위한 계산, 상업적인 전략처럼만 보였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니 보였다.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것을 짚어내는 일.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보다 ‘이걸로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 관점은 내 시선을 바꾸었다.

타깃을 설정하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과정은 나의 이야기를 더 넓은 세상과 연결 짓는 방법이기도 했다.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보고, 내가 만든 것을 바라보며

나는 조금씩,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수 공방을 접었다.

만들어온 시간도, 쌓은 경험도 많았지만

그 모든 걸 지나서 결국 알게 되었다.

나는 자수를 가르치기보다는 그림을 더 그리고 싶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하는 시간도 좋았지만,

나는 내 생각을 더 빠르고 넓게 펼칠 수 있는 도구를 원했다.

그게 바로 그림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묻는다.

내 그림은 누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이 그림이 가진 진짜 강점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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