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삶이 되는 그 어딘가에서
“예술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십 대 때부터 서른 해를 들은 말이다.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막상 내가 그림을 일로 삼고 싶어 졌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그 말이었다.
그림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다른 능력도 없었다.
빠릿빠릿하게 몸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센스 있게 사람을 응대하는 재주도 없다.
게다가 나는
아직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의 엄마였다.
육아하며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공방을 운영했던 경험은
자신감과 걱정을 동시에 주었다.
’ 그림으로 뭔가 해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역시 안 될 수도 있어.’
현실은 계속해서 나를 시험했다.
지방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며 공방을 정리해야 했고,
사택도 훨씬 좁아졌다. 아이들 책상도 제대로 둘 수 없는 곳에서 아이 셋을 키웠다.
그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자수를 할 시간도, 공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그림을 잡았다.
디지털 드로잉은
펼치지 않아도 되고 치우지 않아도 되는
그림 도구였다.
밤마다 유튜브를 보며 따라 그렸고,
조금씩 손이 익어갔다.
일러스트레이터 유튜브에서 조언해 준 것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도 sns와 포트폴리오사이트에 꾸준히 올렸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외주가 들어왔다.
박물관의 특별전에 쓰일 그림이었다.
백만 원 조금 넘는 외주비를 받고 나니
이제 시작인 것 같았다.
한 달 뒤, 또 한 건의 외주가 이어졌다.
“매달 50만 원이라도 꾸준히 벌 수 있다면…”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메일함을 열어봐도, DM을 확인해도
광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 그림이 문제일까?
포트폴리오? SNS 운영 방식?
혹은 아직도 부족한 실력?
그림으로 돈을 번다는 건
그림만 잘 그린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림을 ‘일’로 삼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부와 관점이 필요하다는 걸
그제야 조금씩 알게 됐다.
좋아하는 걸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아니,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