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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Jan 03. 2023

넌 집에서 옷장을 열지 않기로 했다

55. 누드

한 바탕 골치를 겪은 너는 알몸이 되었다

분명 입을 옷이 있음에도 옷장을 열지 않는다


볼록한 배와

탄탄하지 못한 팔과 허벅지

굳은살이 밴 발꿈치

듬성듬성 자란 털

어떤 틈과 주름


전신 거울 앞에 서서

평소 보지 않는 곳들까지 살피는 너는

마치 야생으로 내던져진 듯하다


네가 날것의 모습을 선호하게 된 계기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


의복을 걸친 자신에게는

해설과 각주가 붙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에


네가 구매한 실크, 코튼, 울, 폴리에스터류 무더기들은 처음부터 남을 속이고 설득하며,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직조된 역사를 가졌기에


태초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은 걸 지도 모른다


육체 구석구석을 살피고

어색하게 생긴 곳들을 처음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을 배운다


네 본연의 몸을 사랑하고

그것을 점차 건강하게 가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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