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뜨지 않는 배
배로 태어났다
뜨지 않는 배
물속을 잠영하는
잠수함조차 아니었다
모양만 그럴싸하고
목적에 맞는 기능은 하지 못하는
열 길 물속과
한 길 사람속 둘 다 모르는 존재가 되었다
원망을 한다
점점 멀어져 가는
수면에 일렁이는 햇빛
가라앉는다
검게 어두워진다
검다
사방이 검다
이미 고장 난 존재에게
주어진 혜택일까
짓누르는 압력에
몸이 터질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원망은 멈추지 않는다
오랜시간
수압을 견디고
바닥에 도착하니
집 없는 것들이
내 안에 모여든다
난 집이 되었다
원망이 멈추고
안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