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학생들은 매일 매일 글쓰기를 한다. 그 중 주 3회정도는 내주는 주제로 주제 글쓰기를 하는데, 이번 주 글쓰기에는 아주 마음 아픈 글들이 있었다. '남은 2020년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주제였는데, 아이들 대부분 올해는 '인생 최악의 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며 글을 썼다. 올해는 최악이었지만 남은 기간은~ 라는 식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도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해라는 것은 다르지 않은 사실이지만, 인생 최악의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아이들 입을 통해 직접 들으니 느껴짐이 많이 다르다.
사실 알고는 있었다. 지금의 시간들이 우리 모두에게 어렵고 힘든 시간이고 즐겁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은. 그러나 아이들에게 내가 인생 최악의 시간을 함께 한 담임 교사로 기억될 것이라는 것은 많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2020년을 되돌아 봤을 때, 그때의 삶이 정말 최악이었고 담임과 함께 한 기억도 별로 없어 기억조차 희미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나에게는 그러한 아이들의 말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오는 날이 많지 않고, 앞으로도 여의치 않을 우리 아이들에게 적어도 학교에 등교하는 날 만큼은 즐거운 하루, 기억에 남을 만한 하루,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을 굳게 가져본다. 학교에 오는 날만큼은 교과서 공부따위보다는 우리가 학교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공부들, 같이 해야 만 하는 공부들, 공동체에게 있어 의미있는 활동과 시간들, 그리고 아이들로서 학교에서 마땅히 즐겨야 할 놀이들과 친구들과의 소통들을 중점적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그 다짐의 실천으로 지난 주 부터 등교한 아이들에게 직접 준비한 작은 선물들을 나눠주었고, 놀이 시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었으며, 집에서는 만들 수 없는 공작 활동을 함께 하였다. 이런 공부들이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과 우리 '학급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자그마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즐거운 곳이자 행복한 곳으로 인식되길, 나는 아이들에게 '최악의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위안을 주셨던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나는 아이들과 학교에서는 '학교에서만 함께 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부들'을 함께 할 생각이다. 그게 공작이건, 놀이건, 공동체 활동이건, 수다를 떨건, 함께 책을 읽건 어떤 공부든 상관 없다. 그저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을 매일 가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 주고 싶다.
코로나 시대에 학교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이야기를 대답으로 돌려주고 싶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이렇기 때문에 더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다행히 내 마음이 통했는지 우리 반 아이가 원격 교육 마지막 시간에 학교에 더 많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학교 가는게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고.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