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평준화, 상향평준화 양극단의 시대가 아니길 바라며
학교는 '팀'을 잘 만나야 한다. 정확히는 '팀원', '동료교사'를 말한다. 좋은 선배와 좋은 후배를 만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는 맡는 보직에 따라 '팀'이 달라진다. 같은 학년을 일컫는 '동학년'을 어떤 교사들과 함께 하냐에 따라 교사로서의 삶 자체가 달라진다. 어떤 팀은 발전을 유도할 수도 있고, 어떤 팀은 다 같이 나태해짐을 유도할 수도 있다. '팀'이라는 단위는 학년을 넘어 학교 전체로 볼 수도 있다. 어떤 동료교사들과 함께 일하냐에 따라 더 나은 교사가 될수도 아니면 퇴보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의 하향평준화라 함은, 같이 역량이 떨어지는. 다른 구성원들로 인해 나까지 역량이 떨어지는 그런 학교를 말한다. 이런 학교에는 '신뢰'가 없다. 그래서 더 많은 민원과 사고들에 시달릴 수 있다. 구성원들에게 이미 신뢰를 잃은 학교는 작은 실수와 잘못에도 큰 반발과 비난을 받게 된다.
내가 전에 있던 학교는 하향 평준화의 학교였다. 교사 혼자 열심히 하면 튄다고 욕을 먹는, 같이 해보자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 동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몇 년간 좋은 팀을 만나 그 학교에서조차도 많이 배웠고 발전할 수 있었다. 교사는 경험치에 따라 능력치도 함께 향상되는 자리라, 개인 입장에서 평균치의 노력만 하더라도 매년 상당부분에서 발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발전할 수 없는 혹은 오히려 퇴보하게 만드는 하향 평준화의 환경은 반드시 벗어나야 하는, 혹은 싸워서 바꿔야 하는 학교다.
이 학교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괜히 열심히 하지마. 욕만 먹어."
"너가 하면 나까지 열심히 해야 되잖아. 같이 하지 말자"
"의무사항 아니죠? 그럼 안할게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 혹은 싸워야 한다.
모 학교에서는 이런 일화도 있었다. 올해 어린이날에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한 학년에서 선물 및 학습 꾸러미를 준비해 집으로 보낼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내지 못했다. 다른 학년은 보내지 않는데 왜 너희 학년에서만 그런 것을 준비해 보내느냐, 우리는 보낼 생각이 없으니 결국 보내지 않는 우리가 욕을 먹게 된다 하여 결국 그 학년에서도 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이 교사로서 집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다른 학년에서도 동참하여 학교 전체가 함께 준비해 추진할 일이지 추진하는 학년을 못하게 막는 것은 정상적인 행태가 아니다.
올해는 특히나 이런 이야기들을 너무나 많이 접하게 된다. 코로나 시대에 있어 각 학교별로 정책을 그들에 맞게 자율적으로 세우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마다 제공하는 교육의 수준이 너무 다르다. 5-7인정도로 구성된 동학년 팀에서 누군가가 더 나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고자 해도, 노력하길 원치 않는 이들로 인해 막히는 일이 빈번하고. 어떤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하여 최대한으로 움직이는 반면 어떤 학교는 의무사항수준에서 아주 미미하게 최소한으로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에서 같은 지침을 내렸음에도, 비슷한 환경임에도 불구,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결국 학교 구성원의 역량과 의지의 차이가 아닐까.
몇몇 학교 구성원의 의지의 부족은 더 나아가 그 지역의 하향 평준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A학교의 몇몇 구성원들로 인해 A학교는 하향평준화의 학교가 되었고, 같은 동네에 있는 다른 학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결국 A학교와 같은 정책을 선택하게 된다. 몇몇 구성원들의 나태함이 그 동네 교육 수준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학교는 같은 지역의 다른 학교들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 같은 이유로 상향 평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A학교가 한 발 앞서나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B학교도 자연히 그것을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되어 그 지역의 전체적인 상향평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당신의 학교는 하향평준화의 학교인가요? 상향평준화의 학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