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또 힘을 얻어 살아가야겠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임교에서 함께 했던 부모님들이 찾아오셨다. 예상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고 부모님들을 만나뵙자마자 어쩔 줄 몰랐다. 학교를 옮긴지 대략 3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기에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사실 나는 내가 살던 그곳이 벌써 그립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내려놓고 지금의 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공허함은 그리움에서 오는 것일까?
그런데 오늘 남한산 부모님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뵙자마자 뭔가 활력을 느끼며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반가움과 따뜻함 그 잊을 수 없는 환대를 다시 느낀 것은 참 행복하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대' 몇 년간 과분하디 과분한 환대를 받았고 떠나서도 여전히 그 환대를 받는다는 건 너무 감사하다. 가끔은 사실 부끄러웠다. 내가 그 환대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해서.
남한산을 떠나왔어도 그 인연과 기억이 평생 이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확인한 것 같다. 이것이 남한산의 삶이고 힘이고 아름다움이었던 것 같다. 그 감사한 마음으로 품은 씨앗을 소소하게 뿌리며 살아가야겠다. 그게 남한산 사람의 소명이다. 자꾸 느슨해지고 잊어버릴쯤마다 그 이어짐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어짐이 또 다른 이어짐을 만든다. 가끔 느슨해지면 부끄러워짐을 느끼게 되어 다시 남한산 사람의 이어짐을 떠올린다. '아 남한산 사람이라는 이름표가 달려있는데, 그래서 더 잘살아야 하는데.'
몇 년간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 그래서 남한산에서는 그 환대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그 고민이 나의 크나큰 소명이었고 큰 고민이었다. 늘 그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모든 구성원에게 그것을 나눠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떠나와서도 그 환대를 다시 받게 되니, 이제는 그것을 또 다른 이어짐으로 나누어야 한다.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감사함이라 좋다. 오래 시간이 지나면 또 잊을까봐 글로 써서 남긴다.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