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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매일 글을 쓴다

꾸준함이 주는 힘. 그래서 나도 글을 쓴다.

by j kim

우리 학교 아이들은 매일매일 글을 쓴다.


어떤 주제가 정해진 글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고 그것에 대한 글을 매일 쓴다. 정말로 이런 것을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 부름직하다. 고학년 아이들의 글을 보면 웬만한 고등학생, 대학생 이상으로 글을 잘 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의 기준은. 자신의 생각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는가. 문장이 정제되어 있는가. 표현이 다양한가. 등등이 있겠다. 아이들 글을 넌지시 보면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쓴다.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서 쓴다. 내가 어릴적에 우리 아이들처럼 글을 썼었는가 돌아보면 절대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지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웠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물론 국어 교과 시간을 통해 다양하게 글을 쓰는 법에 대해 배우고 다른 친구들과 글을 나누어 읽기도 한다. 우리 학교의 공부에는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만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글이 이런 수준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올라올 수 있는 까닭은, '꾸준함'에 있는 것 같다. 글쓰는 능력이 향상되었을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으나, 결국 가장 큰 이유는 '꾸준함'일 것이다. 우리 학교의 아이들은 한 아이당 개인적으로 6년간 2천편이 넘는 글을 쓴다. '일기' 형식의 글이 2천편이 넘는 것이지. 교과 공부 시간에 쓰는 마음을 전하는 글 (편지)이나, 정보를 담아 전달하는 글, 알리는 글, 공부를 스스로 정리하는 글 등을 따진다면 그 수는 배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기 삶을 돌아보며 매일 쓰는 글쓰기의 힘이란 꾸준하기 때문에 엄청나다. 아이들 스스로도 글쓰기의 의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록에 있다고 알 정도로 우리 아이들은 글쓰기를 삶을 가꾸는 하나의 장치로서 잘 활용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본인들의 글쓰기 실력이 놀랍도록 향상되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아이들의 글쓰기는 내용도 참 흥미롭고 재미가 있다. 매일 쓰지만 그래도 매일 다른 내용이 담긴다. 미주알고주알 자신의 하루 중 있었던 일을 쓰기도 하고, 기억에 남는 공부와 놀이에 대해 쓰기도 한다. 친구들과 있었던 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 교사와 했던 이야기 등등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글쓰기 소재가 된다.


문학계의 대가였던 최인호 작가는 이미 고등학생때 본인이 쓴 습작들의 원고지를 쌓은 것이 자신의 키보다 컸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정세랑 작가 등 유명 작가들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도 같은 시간에 매일 몇 시간씩 일상적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이렇듯 글쓰기와 글쓰기 실력이라는 것은 다소 훈련의 영역인 것이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의 글을 보며 묻는다. 어찌 아이들이 모두 이렇게 글을 잘 쓰냐고. 혹은 부모님들이 글쓰기 지도에 대해 묻기도 한다. 그때마다 내가 이야기하는 건 "우리 아이들은 글을 매일 씁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고 읽고 나눕니다. 꾸준함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도 매주 쓰기 어려운 에세이를 매일 씁니다. 그리고 글들을 매주 나누어 읽기도 하구요. 아이들이 특별히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없더라도 꾸준함은 우리 아이들의 가장 큰 무기가 되어줍니다.“


나도 아이들의 글을 보며 반성한다 주 2회씩은 에세이를 쓰고자 했지만 그조차도 아주 어려운데 우리 아이들은 어찌 그걸 매일 하고 있을지.


그러고보니 우리 아이들은 글쓰기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매일 쓰는 것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글감을 찾거나 글의 첫문장을 쓰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는 듯하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글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감 찾는걸 어려워하는 나보다도 더 나은 글쓴이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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