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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되었는가

자발성과 그 어려움2

by j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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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보며 늘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의 자발성, 적극성, 문제해결력 등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습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그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모든 어른들이 놀란다. 자유로워 보이는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참여하는 모든 것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대견하면서도 놀랍다. 본인들이 참여하는 학습에 있어 소극적인 아이가 한명도 없어보인다.


이것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은 '자발성'이다. 누가 시켜서 움직이는 아이들이 아니다. 스스로 움직여서 길을 찾고자 노력한다. 자발성을 기반으로 우리 아이들은 단단하게 성장한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심어주기 어려운 내적 성숙성이 자발성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배움과 학교생활에 흥미를 못느끼고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니 교사가 억지로 끌고나가며 생기는 어려움과 갈등이 너무나도 많다. 이런 문제를 아이의 성실성의 문제로 보는 관점도 있겠으나, 자발성이 먼저 갖춰지면 성실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스스로 움직이게 되면 성실성에 대해 논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어릴 때부터 학습이나 자기 삶에 자발성을 갖춘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미성숙한 인간(학생)을 학교나 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고 기적같은 일이다. 나는 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몇 년째 보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요소들이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성장시켰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어느샌가 우리 학교가 지닌 철학을 기반으로 한 학교의 교육적 시스템, 학교 구성원들의 문화, 세세한 학교의 교육활동들 이런 모든 요소들이 우리 아이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이건 장기적인 6년간의 교육을 통해 모든 아이들에게 심어질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의 힘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담임에 따라 학년에 따라 교육 철학과 시스템과 문화가 달라지는 보통의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는 동질적인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한 구성원들에 의해 시스템과 문화의 장기적인 유지와 발전이 가능하기에 그 힘을 아이들이 오롯이 받고 그 속에서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학교에 대체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세세하게 살펴보자면, 그 중 하나로 아이가 스스로 잘 성장할 수 있게끔 한발짝 물러서 따뜻하게 기다려주는 문화를 볼 수 있다. 아주 어릴때부터 아이들은 이런 문화에 의해 성장하게 된다. 우리 학교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은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준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같은 철학을 부모들과도 공유하여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개별적인 속도와 성장을 다르게 바라봐준다. "못해도 괜찮아. 스스로 해봐." 하는 말과 함께 어른이 절대 과하게 개입하지 않는다. 한발짝 물러서서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직 어리고 성장의 과정 속에 있기에 '못해도 괜찮은 것'이다. 그런 문화와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하는 힘이 길러진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한 학년을 담당하는 교사도 해당 1년이 이 아이의 성장과 삶에서 끝이 아님을 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다른 성장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더라도 그것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준다.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성장의 목표를 제시하고 억지로 끌고 가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마음 편하게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서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아이들이 해야할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야하는 일과 공부를 하지만 그 속도에 대해서는 다르게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런 학교에서 성장한 우리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태도에 익숙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정말 잘 기다려준다. 각자의 삶과 성장의 속도가 다름을 아이들도 알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는 철학의 힘은 강력하다. 그것을 기반으로 시스템과 문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방법론적인 '어떻게'에 집착하지 말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철학적으로 먼저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근래 모든 사람들은 왜 보다는 어떻게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왜'에 대해 묻거나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에 해당하는 방법에만 몰두하기도 한다. 철학과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교육에서는 좋은 방법도 갈피를 못잡고 힘을 잃게 된다.


+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우리학교의 세세한 요소들에 대해선 새글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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