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점심시간에 1학년 아이들과 한 이야기

자연을 자연대로 보다

by j kim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1학년 아이들 대여섯명이 도서관 옆에서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모여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는 것 같은데, 왜일까 궁금증이 생겨 아이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얘들아 뭐하니?"

"여기보세요. 사슴벌레에요"

"이게 사슴벌레인가? 풍뎅이 아닌가?"

"사슴벌레 암컷이라 이렇게 수컷이랑 조금 다르게 생겼어요"

역시 아이들이 나보다 더 잘 안다. 사슴벌레 암컷은 집게가 조금 작구나.


바닥에 떨어져 어디로 갈지 몰라 보이는 사슴벌레를 보며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얘 어디로 보내줄까?"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줘야지."

"나무가 집이잖아. 나무에 붙여주자."

"그래. 내가 잡아서 보내줄게."

"나 한 번도 못 잡아봐서 해보고 싶어."

"그래 그럼 얘들아 OO이가 사슴벌레 잡아서 보내주도록 해주자."

"(다같이) 그래 ! 그럼 OO이가 사슴벌레 나무에 붙여줘."


아이들의 짧은 대화를 들으며 두 번 놀랐다.

보통은 사슴벌레를 잡아서 데려가려고 할텐데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주려고 하는 우리 아이들의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놀라고,

사슴벌레를 한 번도 안 잡아봐서 해보고 싶다는 친구에게 너무나 쉽게 양보해주는 아이들의 태도에 두 번 놀라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그 암컷 사슴벌레는 이야기대로 OO이가 잡아서 나무에 잘 붙여주었다. 집으로 잘 돌아갔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신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