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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Dec 15. 2023

마지막 통지표를 이렇게나 길게 써주는 이유

대체 무엇을 위해?

학기말 마무리를 앞두고 야심한 새벽까지 아이들의 통지표를 쓰곤 한다. 매 학기마다 벌어지는 풍경이다. 이것도 꽤 긴 글인지라 낮에는 '글빨'이 잘 안나오기도 하고 다른 할 일이 많아 창작에 집중하기가 어렵기도 해서 통지표는 주로 야밤에 쓰게 된다. 이게 표현이 통지표지만, 아이들의 한 학기 생활상을 하나의 글에 담은 '담임이 써주는 성장편지'가 더 적합한 표현일듯 하다. 학기말에 아이들 통지표를 쓰다 보면 어떤 아이는 쓸거리가 많아서 때론 줄이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특별히 해줄 말이 없어서 쓸 거리가 없기도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언제나 모든 아이들 각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내가 아이들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특별한 존재로 여기며 애정을 담아 바라봐서 그런 것 같다. 아이들 하나 하나가 특별한 인간으로서 각각으로 빛나는 존재인데 써줄 말이 없을리가 만무하다.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참 많아진다. 


깊은 새벽까지 글을 쓰다 보면 나도 힘이 든지라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저 바보같은 생각이다. 그럴 땐 내가 이 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인지. 이 아이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일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해주는 말이 이 아이의 삶에 큰 힘이 될 수도 있으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표지판이 될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허투루 쓸 수가 없게 된다. 아이마다 대략 a4 한두장정도 분량의 성장 통지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나의 사랑과 진심을 담아 소중한 글을 아이와 부모에게 전하려고 한다. 부디 진심이 전해져 아이의 미래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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