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대한 답변
우리 학교에 대한 질문과 짧은 답변
곧 졸업을 앞두고 우리 반 아이가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질문은 많지는 않았으나 꽤나 깊이가 있는 질문들이라 나도 깊게 고민하고 답변을 해야했다. 물론 살아오면서 늘 해오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그 질문과 답변이 귀중해 이곳에도 이렇게 남긴다.
* 우리 학교에 처음 오시게 된 계기는?
- 원래는 다른 지역에 살면서 그 곳에서 일을 했었는데, 집을 이 근처로 이사오게 되며 고양시를 떠나 제가 살고 있는 집이 있는 근처 지역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먼저 이 지역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우리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곳에 꼭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학교에 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학교에 오게 된 것은 나의 바람보다 우연이 더 컸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오고 싶었어도 학교에 빈 자리가 없으면 오지 못했을텐데 우연히 빈 자리가 생겼고 내가 우리 학교에 올 수 있었다.
그런 것만 보더라도 사람의 인연이라는게 참 재미있다. 운명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와 함께 이 곳에 부임했던 교사들 중에 내가 가장 오래 남아있는 것도 재미있고.
* 우리 학교에 좋은 점이 있나요?
- 우리 학교는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이야기하자면 너무 오래 걸릴 것이기에 한 가지만 추려보자면, 우리 학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그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 사는 모든 아이들, 어른들이 다 아름답다. 어떤 곳이 좋냐는 것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우리 학교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고 좋아질 수 있다. 전국적으로 우리 학교만큼 좋은 사람들이 많은 학교는 없을 것 같다.
우리 학교의 전통과 문화, 역사, 학생 중심의 공동체성, 연대, 배움과 나눔의 철학 등등 장점이 많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은 다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고 그 좋은 점들은 이 곳의 사람들이 만든 것이고 또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학교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 학교의 학생들과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 우리 학교의 아이들은 다른 학교 아이들과 아주 많이 다르다. 첫째로,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것. 미디어 사용도 적게 하고 노출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이유일 수 있을 것이고,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이 이유일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반면에 다른 학교 아이들은 많이 다르다. 늘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미디어에 과하게 쩔어있다. 잘못된 정보나 유해한 미디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그로 인해 생각, 행동, 말 등이 옳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로, 자신의 삶과 공부에 늘 주도적이라는 것. 이것도 정말 많이 다른 점인데 보통 초등학생들이 이 정도로 자신의 삶과 공부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이지 않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학원도 많이 다니고 할 것도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늘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을 산다. 원하지 않는 숙제에 파묻혀 있다거나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공부를 하느라 힘들어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삶과 공부에 자발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 우리 학교 친구들은 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그것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교육 환경에 놓여있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도록 성장한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우리 학교 친구들만큼 스스로의 삶에 있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과 학교 생활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자신들의 문제와 공부에 대해 민주적으로 의견을 나누어 자기들끼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은 정말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 학교에 오려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장담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아이들을 위한 학교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는 곳이니까. 내가 이 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 사는 아이들은 다 잘 살고 잘 큰다. 왜냐하면 아까 말했듯이 이 곳에는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아이들의 성장과 삶을 위해 집중하고 노력하는 사람들로 가득차있는 곳이다. 이런 곳은 어딜 가더라도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 아이들은 누구나 잘 살고 잘 자랄 수 있는 곳이니 와서 재밌고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어른들은 다르다. 이 곳에 올때는 ‘우리 학교에서 우리 학교 사람’으로서 잘 살겠다는 각오도 있어야 하고 이곳을 잘 지키고 이어나가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어른들에게는 우리 학교가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쉽게 살 수 있는 공간은 절대 아니다. 대신 어렵게 오고 정성을 들여 사는 만큼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느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