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통화량을 다 소진하며

선생님들에게 업무용 휴대폰 사용을 강력 추천합니다.

by j kim

오늘로서 가정학습 교육과정을 운영한지 3주차에 들어섰다. 자체 개학 3주차인데 근래 들어 학급 운영이나 교육과정과 무관한 부차적인 고민거리가 생겼다.


한 달 기본 통화 제공량을 소진했다는 것.


가정학습을 운영하게 된 후로는 가정마다 다른 학습 환경에 따라 교사인 나는 따로 정해진 업무시간 없이 자는 시간 빼놓고는 전부 비상체제로 일을 하고 있다. 어째 근무시간이 더 길어진 느낌이다. 부모님들이 퇴근하고 돌아오시는 6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데이터 사용량이나 통화 사용량이 늘 수 밖에 없다.


요금제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통화 제공량을 소진한 건 기억을 찾아봐도 대학교때 이후로 십 몇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가정학습 (온라인학습)을 운영하며 한 가정당 대략 10분정도씩 그리고 주 1-2회는 기본으로 통화를 하다보니 1주일만에 기본 통화 제공량을 쉽게 소진해버렸다. 업무시간내에 학교에서 하는 통화는 주로 학교 전화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문제인게 내선이 아니라 학교 외부에 전화를 하게 되는 경우 학교 전화가 통화중이라 학교로 오는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를 할 수 밖에 없어 기본 제공량인 200분을 금방 소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안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통화량을 더 많이 제공하는 더 비싼 요금제로 바꾸는것은 단지 몇 달간의 유동적인 상황때문에 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컸고, 데이터 제공량은 충분한터라 카톡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전화 기능을 사용하여 소통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기본 통화 제공량을 다 소진하며, '아 내가 그래도 학생들과 전화로나마 많은 소통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만남 없이 목소리로만 소통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갖게 된다.


우리는 정말 이상한 시기에도 배움을 함께 하고자 아둥바둥 열심히 살고 있구나. 아이들도 교사들도 부모님들도 모두 다.


통화량 소진과 겸하여 업무용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업무용 휴대폰을 추가로 사용한다. 구형 아이폰을 중고로 구입하여 알뜰폰 요금제를 쓰는데 한달 요금이 9900원밖에는 안나오고,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요금 상품이었다. 지속적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편함을 겪어오며,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 업무용 휴대폰을 쓰게 됐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만족스럽다.


이전에는 같은 교직원에 의한 사생활 침해, 학부모와 아이에 의한 사생활 침해 등으로 SNS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으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만 바꾸어도 내가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속상했던 터라, 두 개의 휴대폰이 주는 무거움과 불편함보다는 작은 돈으로 얻은 자유와 해방감이 훨씬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세상에는 생각 이상으로 무례한 사람이 참 많다.


때문에 여러 사람과 공동체를 구성해 일하는 교사인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작은 자유까지 느끼게 하는 9900원. 모든 선생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자, 이제 모두 업무용 휴대폰을 쓰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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