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하는 '무인양품'은 어떻게 제품을 제안할까?
지난 2020년, 무인양품 강남점이 맞은편으로 확정 이전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로 재단장하고 '음식 셀렉트 숍’이란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오픈했다.
무인양품 강남점은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매장 오픈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외부에 부착했는데, 다른 현수막처럼 오픈 이벤트와 날짜를 크게 홍보하는 대신 ‘식음료 특화 매장'을 열게 된 배경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맛있다'는 건 무엇일까?
무인양품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매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의.식.주.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본래 나누어서 생각할 수 없으며 그 중에서도 '식食'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식食'을 생산하는 현장은 먼 존재가 되었으며 먹거리는 단순히 소비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많은 상품이 이름이나 가격에 대해서만 주목을 받고 상품에 담긴 생산자의 생각이나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같은 정보는 잘 전달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인양품 강남점에서는 "맛있다는 건 무엇일까?"를 테마로 일반적인 상품구성에 더하여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을 연결하는 장소로 '식食' 관련 상품을 확대하고, 우리들이 많이 접하지 못하는 '식食' 관련 스토리나 상품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무인양품은 ‘이것이 좋다' 또는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고객을 유인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이성적인 만족감을 고객에게 주는 것을 브랜드의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꼭 이것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대신 늘 한결같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 필요한 '기본'과 '보편'을 계속 제시해 나가는 무인양품의 행보는 마케터로서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무인양품은 스스로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한다.
유행과 개성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상표와 이미지는 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며 오로지 생활과 상품의 밸런스를 통한 ‘간결함의 생활 미학'을 중점적으로 제안한다. 그래서인지 무인양품이 선보이는 상품들은 모두 ‘간결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맥락에서 무인양품이 매장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 역시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과 메시지를 추구한다.
쓸데없는 문장은 과감하게 줄이고 짧고 심플하게, 억지로 힘을 주지 않아 가벼우면서도 제품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만드는 무인양품의 제품 소개 카피는 언제나 마케터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
무인양품이 제품을 소개하는 카피를 살펴보면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의 본질적 편의성’으로 선택을 받겠다는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양동이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뚜껑이 있는 양동이)
군더더기 없는 청소의 형태. (카페트 클리너)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양면이니까. (양면 세탁망)
집어서 걸고 사용 방법은 여러가지. (걸 수 있는 와이어 클립)
솔직히 아깝습니다. 웨트 시트에만 사용하기가.
(다양한 생활, 키친 용품 수납이 가능한 웨트 시트 케이스)
먹는 동작으로부터 태어난 형태. (철제 숟가락)
매일 사용하고, 오래 사용하기. (메쉬 트레이)
식사의 기본이 되는 식기. (딥 보울)
한 끼를 차려줍니다. (목제 트레이)
이것 하나로 볶고 뒤집고 건지고 담고. (조리용 스푼)
각각, 있어야 할 곳이 발견이 됩니다. (메이크 박스)
향기도 빛도 즐길 수 있습니다.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
자연의 음색으로 시간을 알립니다. (뻐꾸기 시계)
사용하기 편리함을 모두의 손에. (문구용품)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똑같이 맛있습니다. (초코 딸기)
책 <마케터의 브랜드 탐색법>
3장 마케터의 레퍼런스 탐색법
2. 일상에서 만나는 브랜드에서 배우다
1) 쓰는 브랜드에서 배우다
무인양품이 생활을 제안하는 남다른 방식.중에서
*협업/강연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