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Nov 22. 2024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이 사는 해협을 건너가기 전 선원들에게 미리 부탁하여 자신의 몸을 돛대에 단단히 묶어달라고 부탁하고 선원들에게는 밀랍으로 귀를 막아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못하게 한 채 노를 저어 해협을 벗어나야 한다고 일러준다. 세이렌은 섬과 암초가 많은 위험한 뱃길에 살던, 얼굴은 미녀에 몸은 독수리인 전설의 동물로서,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해 뱃사람들을 유혹했다고 한다. 사전에 오디세우스가 돛대에 긍정적 의미로 미리 자승자박 한 덕분에, 세이렌의 노래를 들으며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 몸부림쳤지만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해외에서 현지인들과 경쟁하며 일을 구하고 세금을 내며 사회구성원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강한 자기 확신과 건강한 몸과 마음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정신력이 잠시 약해졌다. 이럴 때를 위해 오디세우스처럼 나만의 장치를 가지 만들어놨다.



1. 루틴 시트를 펼친다.

2. 최근의 식단, 운동 일지, 감사 일기 일지, Input, Output 등의 루틴 패턴을 살펴본다.

3. 이 경우 십중팔구 운동을 연이어하지 않았거나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다.

4. 구멍 난 부분을 채운다 (e.g. 운동을 가지 않아서 수영장에 1주일 만에 다시 갔다)

5. 노트북과 평상시 영감을 주는 글귀로 가득 채운 노랑 공책을 들고 Republique 스타벅스에 간다.

6.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내 상태가 좋았을 때 써 놓은 생각들을 계속해서 읽는다.

7. 지쳤을 때, 순간적으로 우울할 때 극단적으로 들었던 생각들을 점검하는 감정 일기를 쓴다.

8. 과거 소소한 성취 및 성장 일기를 읽고, 5년 후의 내가 보내는 '미래로부터 온 편지'도 읽는다.

9. 전 직장 동료 및 상사분들로부터 받았던 추천사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놓은 '성공 일기'도 읽는다.




노랑 공책에는 다양한 논조의 글귀들이 쓰여있다. 사기가 저하되었을 때는,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을 읽고, 에고가 비대해질 때는 법륜 스님 법문 필사를 읽고, 내게 너무 엄격해질 때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글을 읽는다. 우울감이라는 친구가 찾아올 때는 감사 일기를 펼쳐든다. 이렇게 감사한 것들을 읽다 보면 경주마처럼 순간적으로 협소해져 버린 시야를 다시 확장할 수 있고 주의가 환기된다.



작년 9월, 파리에 법륜 스님이 오셨을 때 즉문즉설에 가서 뵈었다. 법륜 스님 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뚜렷이 있어서 역경을 이겨나가며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해나가도 괜찮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인연 따라서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삶은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아야 한다고. 나는 전자를 택했고, 앞으로도 아마 역경을 이겨나가며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추구하며 아등바등 살 것 같다.



노랑 공책



You become what you focus on. 이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살고 있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에 집중하면 인생이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반면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면 부정적으로 흘러간다.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다. 오늘 파리에는 첫눈이 내렸다. 눈이 펑펑 내리는 길거리를 걸어가는 순간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겠지.




이전 04화 페이스 메이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