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완벽한 은신처
오늘 집에 아주 수상한 물건이 도착했다.
사각형이고, 온몸이 갈색이며,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엄마는 그걸 '택배 상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분명했다.
이건 상자가 아니라, 나를 위해 존재하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엄마가 칼로 상자의 뚜껑을 열자마자, 나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이건 고양이로서 '숨겨진 본능' 같은 거였다.
상자 안은 생각보다 훨씬 아늑했다.
사방의 벽은 단단했고, 위에서는 적당히 빛이 새어 들어왔다.
푹신한 담요는 없어도, 나를 감싸는 종이의 질감은 꽤 괜찮았다.
나는 안에서 몸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돌고는,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은 듯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음, 아주 좋아!'
“룰루?”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미 나는 상자 안에서 완벽히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엄마는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소파 밑을 보고, 커튼을 들추고, 심지어 내 전용 방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수색 작전을 비웃듯, 상자 안에 앉아 평화롭게 숨을 쉬었다.
상자는 너무도 평범하게, 너무도 무심하게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그게 바로 상자의 ‘가장 강력한 은신 전략’이었다.
나는 안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생각했다.
'사라진다는 건, 가끔 이렇게 쉬운 일이구나. 인간들은 참 단순해.'
잠시 후, 엄마가 상자 옆을 지나가다 멈칫했다.
“설마… 여기?”
뚜껑이 열리고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그 안에서 짐짓 놀란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유, 여기 있었네!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데!”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길게 하품을 한 번 하고는 다시 몸을 웅크렸다.
상자는 여전히 내 것이었고, 나는 다시 가족에게 '발견되는 기쁨'을 만끽했다.
오늘의 결론. 택배 상자는 절대 비워두는 게 아니다.
고양이의 '행복'으로 가득 채워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 정도면 명백한 '재활용 우수 사례'가 아닐까?
� 명언 한 줄
“고양이는 사라질 줄 알기에 상자를 사랑하고, 상자는 다시 발견될 줄 알기에 고양이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