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엄마의 외출 감지 시스템

정교한 밀당의 기술

by 은기

나는 알고 있다.

엄마가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오늘 곧 외출할 거라는 사실을.

우리 고양이들에게는 인간의 언어보다 정교한 ‘특별 감지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가방이 놓인 각도가 수상했고, 엄마가 고른 옷의 질감이 지나치게 빳빳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양말을 신는 속도였다. 평소보다 1.5배 빠른 손놀림.


나는 조용히 소파에서 내려와 현관 길목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울 때는 아니다.

지금은 작전의 ‘예열 단계’일 뿐이다.

드디어 엄마가 가방을 고쳐 멨다. 나는 전광석화처럼 일어나 엄마의 앞길을 막아섰다.

“룰루야, 엄마 금방 다녀올게.”

‘금방’이라는 말은 인간들이 만든 가장 무책임한 시간 단위다.

고양이에게 금방이란 영겁의 세월과도 같으니까.

나는 엄마의 신발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최대한 크고 촉촉하게 떠서 엄마를 응시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 이것이 내가 아는 가장 강력한 ‘가지 마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같이 갈 수는 없어.”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냥 보내줄 수는 없어.’

엄마가 현관문을 열자, 나는 최후의 수단인 현관 바닥에 몸을 쭉 늘어뜨렸다.

엄마는 결국 한숨을 쉬며 내 머리를 정성껏 쓰다듬어 주었다.

“진짜 금방 올게! 우리 룰루 착하지?”

나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문 옆에 단정히 앉았다.

보내주되, 내 마음의 한 조각을 엄마의 옷깃에 묻혀 보내는 방식이다.


‘철컥-’

문이 닫히고 집 안은 순식간에 진공상태처럼 고요해졌다.

나는 한동안 현관 앞에 앉아 엄마의 발소리가 계단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귀를 쫑긋 세웠다.


사실 내가 외출을 감지하는 진짜 이유는 엄마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엄마가 없는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외출을 예고해 준 엄마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문 앞에서 가장 성실한 ‘기다림의 파수꾼’이 된다.





� 명언 한 줄

“고양이가 현관 앞을 사수하는 이유는, 다시 열릴 문 뒤의 당신을 누구보다 먼저 환영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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