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다 산책
그래 그럴까 우리 / 함께 걸을까 좋아
아직은 그럴 수 있겠지 / 해가 지기 전
분홍빛 구름과 / 짙푸른 하늘
바람을 따라 / 우리의 시간도 흐른다
처음과 같지 않은 / 서로의 마음들
노을을 보듯 / 바라본다
우리의 시간 / 사라지지 않을
하지만 이제 / 꽃이 진다.
그래 그럴까 우리 / 뒤돌아 서서
이제는 안녕 / 행운을 빌어
그래 그럴까 우리 / 다시 만나면 그때
물처럼 그렇게 / 웃으며 안녕
누군가 노래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 하고 써 두었던 걸 꺼내 끝을 다시 쓴다.
저물녘 마지막 산책을 하며 함께 노을을 바라보다 돌아와 행운을 빌며 돌아서는 안녕. 달라져 가는 마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게 쓰라리다 해도 한 때 가장 뜨거운 사람이었던 너와 나. 빛나던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행운을 빌어" 하고 끝을 내려다 한 소절 더 붙인다. 다시 너를 만나면 물처럼 담담히 웃어 줄 수 있는 마음이기를. 저무는 시간의 지리멸렬도 사랑의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물도록 산책하며 헤어지고 싶다. 헤어짐에 결심이 필요하지만 결심했다면 그 후엔 예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