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진다고 시인은 짐짓 말하기 전엔 그런 적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지만. 말을 앞세우고도 "그냥 갈까 그래도” 한번 더 망설이도록 그 그리움을 어쩌지 못하는데.. 해가 진다 빨리 가자 재촉하는 까마귀, 따라오라 따라가자 흐르는 강물이 야속해. 정작 그립다는 말은 할까 하다 차마 못하고 떠나는 모양새다.
그리움의 시와 노래가 오랜 세월 무시로 사람들 마음을 흔드는 걸 보면 흐르는 시간처럼 속절없는 감정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많은 시와 노래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기 목소리로 그립다 말하기가 그리 쉬운가. 그래서 시인도 하릴없이 발길을 돌렸을 게다. 그리움은 거기까지 가 닿지 않아서 그리움이다. 거기 있고 싶은데 여기 있어 생기는 감정과 생각의 오작동이다. 차변과 대변이 일치하지 않는 대차대조표다. 자꾸 기울어지는 저울이다.
사람만 그리운 게 아니다. 시절도 그립고 생각도 그립고 하늘도 그립고 결국 그때, 거기의 나도 그립다. 그래서 그리움은 자꾸 쌓인다. 오래된 옷가지들처럼 자꾸 쌓이는 그리움을 모른 척 내쳐 놔 두면 부지불식간에 푸른곰팡이가 핀다. 꺼내 말리지 않으면 병이 된다. 막상 꺼내어 놓고 조용히 “그립다” 속삭이면 볕 좋은 날 널어 둔 빨래처럼 곰팡이 진 자리에 마른 햇빛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시와 노래를 빌리지 말고 그냥 하자. 그립다는 말. 말에는 힘이 있어서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지지 만 그립다 인정하고 나서 선뜻 그리움을 놓아주면,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을 따라 흘러, 연달아 흘러가도록 보내고 나면,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불지 모른다. 선선해진 마음에 곰팡이 진 푸르스름한 자리는 아마도 내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삶의 무늬. 그런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