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라는 이름의 방패2

by Soo

“살려주세요. 우리 아기 살려주세요.”

“여기는 119 통로인데, 무슨 일이신가요?”

“아기가 갑자기 안 먹고 쳐지고 이상해요.”

“아기 소생실로 들어가서 바이탈 체크 할게요.”


깊은 생각을 할 틈 없이 다음 환자가 들이닥친다.


“아버님 빨리 가서 접수하고 오세요.”


곧 접수창에 아기 이름이 떴다. 55일 도진수.


“아기 다친 적 있나요? 어디서 떨어뜨리거나?”

“아뇨. 아뇨.”

“몇 시부터 이러나요?”

“2시간 전부터 분유 먹일 시간인데 먹지도 않고.”

“아이 바이탈 괜찮나요?”

“생체징후 혈압 38/59, 심박수 130, 호흡수 38, 체온 35.3도입니다. 산소 포화도 98%요. ”

“동공반사 양측 다 정상입니다. 근데 아이가 반응이 떨어지네요. 큰소리나 통증에만 잠깐 눈뜨고 자꾸 자려고 하네요.

“당수치(BST) 체크해 주세요.”

“88입니다.”

“아이 피검사 진행 하고 이동식 엑스레이 불러주세요.”

순식간에 아이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었다.

“교수님 생각보다 혈액검사 수치랑은 괜찮습니다.”

“그러게. 100일 미만 신생아들은 간혹 심한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일 때도 체온이 낮은 경우가 많아서 패혈증일까 싶었는데. 머리 CT 기다려보자.”

정민과 박우현은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그때 간호사들이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근데 보호자가 조금 이상해요. 뭔가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달까요?”

“그러니까요. 저는 55일 밖에 안된 아기를 겉싸개도 없이 옷도 안 입히고 기저귀만 찬 채로 아빠가 두 손으로 안고 들어온 것도 이상하고.”

“아까 기저귀 사 오라고 했는데 L 사이즈 사 왔어요.”

“너무 크다고 이것밖에 없었냐고 했더니. 기저귀에도 사이즈가 있냐고 되물어보셨어요.”

“아기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데 자꾸 분유 먹일 시간이라고 안절부절 못하시고.”

“교수님 머리 CT 올라왔습니다.”


CT 상 경막하출혈(SDH)이 양측에 퍼져 있었고, 쉐이큰 신드롬(Shaken Baby Syndrome)이 의심되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쉐이큰 신드롬을 오늘 보네요.”


박우현은 또 수화기를 들었다. 이번에도 아동학대 가능성으로 신고한 것이다.


“아이를 흔들거나 거칠게 다루신 적 있나요?”

“그런 적 없어요. 단지 놀아준다고 목마 태워줬는데…”


하지만 아직 목도 가누지 못하는 시기의 아기에게 그것은 치명적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또다시 경찰이 출동했다.


“교수님, 이건 좀 황당하네요.”

“생각보다 무지로부터 오는 아동학대도 많아. 사실 육아라는 게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잖아. 아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하루 분유 세 번만 줘서 저혈당으로 데리고 올 때도 있고, 아기가 차에서 잘 잔다고 차에 혼자 눕혀놨다가 심정지로 오기도 하고.”

“저는 아동학대범은 모두 나쁜 놈들이라 생각하면서 공부했거든요.”

“우리는 이런 많은 삶들을 보고 그 속에서 계속 고민하는 거야. 신고가 지나치게 민감한 판단은 아닐까. 엄한 사람을 신고해서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은 아닐까?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데 아동학대범 취급을 당하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근데 동시에, 그런 판단이 아니면 아이들을 지킬 수 없는 거야. 특히 아동학대는 반복적이고 은밀하게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아이들은 학대를 학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것이 학대임을 알아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 어린애들은 말을 못 해서 침묵하고 조금 큰 애들은 절대적인 부모란 존재아래, 두려움과 충성심 사이에서 침묵하는 거지.”

“근데, 이렇게 아동학대 신고 케이스가 많나요?”

“아니, 오늘이 역대급이다. 하루 세 케이스라니.”

“오늘 저 아동학대 신고하는 거 처음 본 거 아세요?”

“최초, 최다 케이스라니 이정민 선생 곧 소아응급 전문가가 되겠군.”

“아직 멀었죠.”

“내가 꼭 아동학대 관련해서 이정민 선생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의료진에게는 수사할 권한도, 진실을 판단할 능력도 없는 것을 명심해야 해. 신고한다고 해서 그 부모를 색안경이 낀 채로 나쁜 사람이라고 취급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그저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지막 방패막이 되어준다라는 생각으로 112 버튼을 누르는 거야. 때로는 부모에게 억울한 신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조차도 아이를 위한 경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돼. 신고 후에 보호자 항의가 들어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의 협박과 원망이 전해지기도 해. 그렇지만 소아를 보는 의료진이라면 계속해서 고민하고 의심하며 결정을 내려야 해. 나는 그렇게 많이 신고하고도 또 버튼을 누를 때는 두려워. 그렇지만, 한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믿어야 할 수 있는 일이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또 119 전화가 울린다.


“교수님 열나고 경련하는 6세 남자아이라고 합니다.”

“네, 준비합시다.”


박우현은 오늘도 많은 아이의 기록을 꼼꼼히 살폈다. 혹시라도 놓친 것이 있는지, 그 안에 구조 요청이 담겨 있었는지 고민한다. 망설임 끝에 또 한 번 '의심'이라는 이름의 방패를 꺼냈자만 혹시라도 보호받지 못한 누군가가 있었는지 다시한번 고민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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