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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Oct 25. 2022

부끄러운 자들의 '영광'

영광의 길 by. 스탠리 큐브릭

    

영광의 길 (1957)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투입하는 병력과 무기를 볼 때마다 전쟁은 점점 더 추해진다. 러시아가 아니 푸틴이라는 독재자가 전쟁에서 바란 것은 승리였다.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고, 나라를 합병한다. 새로운 러시아 연방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푸틴이 꿈꾸던 러시아 제국의 야욕이 깃들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마 불가능하다. 만약 푸틴이 승리해도 얻은 것은 비겁한 영광으로 만들어진 피 묻은 월계관일 것이다. 

  

영화 영광의 길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가진다. 세계 1차 대전에서 참호전은 정말 최악의 전쟁으로 꼽힌다. 죽고 죽이는 승자 없는 영광을 얻고자 전쟁을 지속한다. 병사들은 그런 승리를 위해 폭우처럼 쏟아지는 총알 세례를 뚫고 참호를 건넌다. 적들이 쏘는 기관총과 던진 수류탄을 보며 운명을 맡긴다. 수많은 폭격기가 지상의 모든 것을 지워도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이 참호를 점령하라는 명령에 불복종했을 때 일어날 사건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참호에 도착했다고 점령되지 않는다. 또 다른 참호에서 반복되는 전투를 지속하며 탁구공처럼 주거니 받거니를 반복한다.

  

그런 상황에서 장교들은 병사들의 사기 따위는 무시한 채 그들을 밀어 넣는다.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결과는 내려두고 자신만의 영광을 찾는다. 하지만 남은 것은 영광 대신 지독하게 죽은 병사들의 시신만이 뒹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병사에게 있었다. 장교의 작전에는 문제 따위 없었다. 온전히 병사의 반항과 실수가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승리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그들의 겁쟁이 같은 행동이 사태를 만든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앞서 이야기했던 러시아를 다시 떠올려본다.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집착하는 것은 허상의 떠다니는 '무' 일지 모른다. 결국 승리를 위한 진격이 아닌 알량한 자존심으로 싸우는 어린애처럼 변해버린 전쟁의 양상에 비극을 느낀다. 얻은 것은 아무도 없는 현실의 작태에 혐오가 생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진실을 삼키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젊은 인재의 동원에도 그들의 영광은 지속될 것이다. 그것만이 지금의 러시아에게 남은 결과이다. 

  

이러한 영광은 러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이 믿는 영광이 곧 자신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아니면 영광을 훼손시킬까 봐 거짓으로 숨기거나 왜곡된 사상을 주입시킨다. 혹은 외부의 적을 선정하여 영광을 훼손시킨 대가를 요구한다. 모든 것은 억지로 만들어낸 그릇된 결과 믿는다. 스스로가 자부심이 찰 만큼의 업적이나 능력도 없이 얻어낸 것은 소용이 없다. 그건 오히려 부서지기 쉬운 형태라서 조금만 잘못해도 흩어져버리는 모래 알맹이와 같다. 

  

영광은 무거운 책임과 올바른 결과 끝에 얻게 된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그 순간을 누리고 있어도 얻을 만큼의 가치를 보이지 못하면 그대로 끝이다. 어렵고, 고되지만 얻어낸 나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을 꾼다. 그런 이들 중에도 역경을 뚫고도 끝내 얻는 이도 존재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알이 아닌 바위처럼 그 자리를 지켜서 얻은 영광의 길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는 그리고 영화 속에 나타난 것은 올바른 영광인가? 아니 ‘올바른’ 수식어를 재외 시키도 ‘영광’이라는 단어를 홀로 쓰는 것도 부끄러울 정도다. 어리석은 군대의 지휘관을 위해 병사들은 희생된다. 만약 영광을 포기하고, 병사들의 목숨을 위해 진실을 고백해도 영광을 고수해야 한다. 오히려 그들은 영광에 대한 입장이 단호하게 굳어져서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광을 위해 진실을 다른 진실로 감출뿐이다. 뻔뻔한 그들의 자태를 보며 우리는 영광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본다. 우리의 영광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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