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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an 17. 2023

순수한 인간의 회복

오데트 by.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오데트 (1955)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많은 지식인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인간은 항상 이성적인 존재다. 지식을 추구하고 이성적인 사고로 합리적인 선택했다. 그래서 인간이 가진 지적인 새계를 통달해 더 나은 역사와 미래를 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지식인들의 생각은 너무 어리석고, 오만했다. 그들의 생각과 달리 인간은 이성적인 대화로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꺼낸 해결책은 전쟁이었다. 총을 들어 상대를 쏴 죽이며 영토를 확보한다. 그렇게 세계 대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직후 인간은 피폐한 운명을 마주한다. 

  

영화 오데트는 그렇게 무너진 인간사회를 그려낸다. 인간으로서 믿고 의지해야하는 대상이 사라졌다. 신 뿐만이 아니라 순수했던 인간마저 사라진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영화는 그런 질문을 품으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되짚고 있다. 신을 믿지 않거나, 신에 의해 미치광이가 되었거나 신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를 욕하거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사라지고, 종교적인 신념은 자신들의 상징성으로 변질했다. 

  

이렇게 설정된 인물들이 각자만의 불행을 싹을 틔어 행복을 부서트린다. 마치 신이 내린 벌처럼 말이다. 특히나 주인공인 보르겐은 신을 향한 투철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신을 향한 믿음인지, 종교라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믿음인지는 불분명하다. 신을 향한 추구보다는 아들을 목사로 만들고, 종교적인 영향력을 뻗고, 자신만의 고집으로 종교적 대립을 일으킨다. 그런 주인공에게 신을 믿는 것인이 알 수 없다. 오히려 인간이 신에게서 바라는 것을 추구하며 신을 믿는다고 착각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종교라는 믿음이 도구로 역전된 현실을 보여준다. 종교를 믿는 것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이루는 행위였다. 신이라는 대상을 따르는 것은 뒷전으로 밀린다. 아니면 종교적인 기적의 회의를 비추며 신을 향한 기적을 중시하지 않게 되었다. 신을 향한 믿음이 사라지는 자리에 인간은 품어왔던 순수성마저 잃어버린다. 그렇게 잃어버린 순수성은 서로의 불신과 갈등으로 뒤바뀐다. 그런 사회의 갈등이 다시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신을 믿는 것이 옳다는 것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영화에서 말하는 중요한 의미가 강조되어있다. 바로 인간의 위선과 오만이다. 인간이 신을 믿지 않거나, 종교적인 우월성을 강조하고, 기적에 대한 믿음은 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인간의 오만은 항상 갈등과 비극을 초래했다. 더 이상의 기적을 믿지 않는 사회는 타락하기 마련이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신을 잃어버려서 순수한 인간이 사라졌다?, 아니면 인간이 타락했기에 신이 사라진 건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인간이 스스로가 행했던 순수성을 회복하고, 믿음을 되찯는 것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자신들의 정직함과 고결했던 삶의 근간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그건 인간이라는 존재를 믿고, 순수한 인간을 사랑한 감독의 의도였다.

  

그렇기에 영화 오데트는 인간에게 메시지를 남긴 영화였다. 믿음도, 순수한 의지도 인간이 스스로 이끌어야 한다. 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늘 잊어버리지만 언제나 반복해서 기억해야 한다. 신이 남긴 기적은 내가 가진 오만을 부시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고민해야한다. 자신이 인간으로서 품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이다. 

  

과연 내가 잘못 된 것은 아닌지를 돌이켜 본다. 그것이 잘못된 의미를 지닌 것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있다면 그 점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스스로의 깨달음을 얻도록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이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게 되었다면 순수성을 찾고자하는 영화 오데트와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어렵지만 인간은 늘 찾아야 한다. 신도, 공동체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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