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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un 22. 2023

나의 성공시대 시작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by.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2023)

성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라고 정의된다. 다만 우리가 살면서 성공이란 목표를 지향하지 않는다. 성공이라는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 채 아무런 의미 없는 집착과 방황을 지속한다. 그래서 목표에 도달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왜 성공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성공하는 방법도 없다. 그저 인생에 승리라는 자체에 목을 매달며 경쟁사회에 내몰린다. 이건 과거에서도 그래왔다. 그리고 현재의 많은 젊은이부터 나이 드신 어른들까지 모두 그런 세태에 붙잡혀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러한 과거 그리고 여전히 진행되는 현재의 비극을 중산층 가정을 직시하며 그려낸 작품이다. 항상 돈 앞에서 열등감을 느끼며 늘 1000km나 되는 지역을 자동차로 출장 다닌다. 자신을 타인 앞에서 낮춰가며 물건을 팔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당시에는 성공의 기회라고 여겼던 꿈같은 세일즈맨의 기적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노인이 되어버린 윌리의 인생을 돌아보며 놓쳤던 기회를 후회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남은 것은 집 대출 원금과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두 아들뿐이다. 

  

윌리 로먼은 항상 자신의 삶은 성공한 것인가 묻는다. 언제나 윌리의 마음 한편에 품은 불안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정황은 윌리를 과거에 얽매이게 만든다. 특히나 큰 형님의 알래스카 제안을 거절했던  후회,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사실과 아내를 향한 죄책감, 아들의 방황을 눈감았던 아버지의 결단 등의 묶인 삶. 자신의 인생에 잘못되었던 오판은 뒤로 미룬다. 성공이라는 늪에 빠져 자신을 속인다. 자신의 아들은 성공할 것이다.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허상 같은 드림 아메리카를 꿈꾼 2세대 혹은 3세대 아이들로 성장한다. 

  

그 점에서 경쟁사회로 아등바등 버티며 살아온 아버지 세대의 실수를 반복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세대를 넘어서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의 혁신으로 사회전반의 변화를 꿈꾼다. 내가 고생하면 나의 자식들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라는 막연한 이상주의를 꿈도 꾼다. 하지만 자신을 무리하게 밀어 넣으면서 허우적거렸던 삶의 결과는 동일했다. 아무리 무언가를 더해도 빚더미에 쌓여있는 자신의 경제적 위기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윌리와 같은 아버지 세대가 순탄하지 않은 인생길로 인해 외로워하며 스스로에게 거짓을 고하고, 숨기려는 위선적인 현실을 보고 있으면 묘한 괴로움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일까 나는 윌리의 탄생과 죽음을 마주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보며 경쟁사회의 시스템을 돌이켜 생각한다. 과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다 보면 경악스럽다고 느낀다. 의대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희망조사를 보면서 이런 현실을 올바른가 생각해 본다. 물론 의사들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의사가 된다고 성공의 보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불안정한 직장과 급여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삶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경우를 보며 만들어진 현실구도 앞에서 슬픔을 느낀다. 특히 더 괴로운 것은 1947년에 아서 밀러가 세일즈맨의 죽음을 발표했는데도 윌리 로먼 같은 가장들이 반복되는 시대에 얽매였다는 점이다. 


산업화의 역군들이 만들어낸 사회에 자부심을 느끼라고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사회에 우리에게 되풀이된다. 아마도 더 외로워지고, 더 강해지는 경쟁 속에 기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낙오되는 이들의 눈물을 볼 걱정에 한숨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이어지는 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윌리 로먼의 부질없는 거짓된 꿈을 태우고 앞으로 나갈 방법이 있는지 생각한다. 아마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경쟁과 생존으로 도태되는 이들을 위해 공존하는 삶으로 이끌어간다면 삶은 더욱 유연해질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 세일즈맨의 비참한 말로를 위로하는 사회가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윌리와 같은 바보 같은 이상향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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