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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Feb 23. 2023

겨울을 견디는 시간

모두가 나만의 동백을 만나길...

요즈음에는 건너 듣는 이런 저러한 소식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터무니없는 연봉을 주고 고급 인력을 구한다는 채용공고가 있어 한바탕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 대기업에도 그 정도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통역사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와 언어를 주업으로 삼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번역과 통역은 언어를 매개로 한다는 점이 비슷하면서도 글이냐 말이냐에 따라 필요한 능력치가 다르다고 본다. 하지만 순간적인 센스와 집중력 그리고 재빠른 순발력이 요구되는 통역의 허들이 조금 더 높지 않나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왔는데,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대기업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통역가에게 찬밥 대우를 하다니...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경제 논리대로 세상이 흘러간다지만 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그 정도 역량을 쌓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애정을 쏟았는지를 생각하면 입맛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을 찾으라는 말은 자신이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사랑해서 시작한 연애라 할지라도 결혼이라는 일상의 현실로 넘어가는 순간 무수히 많은 결에서 서로 부딪히고 깎여나가며, 상처 주고 상처받으며 살아가 듯,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해서 어려움이 없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일을 하고 싶다면 거기서 내가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를 곰곰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어떠한 우선순위를 갖추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점은 무엇이며 그 정도는 어느 선까지 인지를 명료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 일과 같은 사태를 마주할 때마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좋아하는 일을 결혼에 비유했으니 조금 더 예를 들어보자면, 내가 한 때 열렬히 좋아했던 사람일지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사람의 조건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성격도 봐야 하고, 그 사람과 취향이 맞는지, 빚은 없는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거나 나쁜 습관은 없는지, 가족관계는 원만한지, 상대방 부모님의 성품은 어떠한지, 일을 해서 가정의 살림에 어느 정도 보탬을 할 수 있는지 등 따져봐야 할 요소들이 무수히 많다. 설사 조건을 다 따져봐도 나는 그 일이 좋다고 한다면 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렇다면 어느 정도 희생은 각오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경쟁도 치열할 테고 안정권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벌이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람이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한 때는 그 일이 너무도 좋아 열렬히 온 마음을 다 했는데, 그 마음이 변하면 그 뒤에 남는 허무감은 오롯이 내 몫으로 남지 않겠는가?





지금은 분명 나처럼 언어를 좋아하고 그 일을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는 '겨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이제 막 시작에 접어든 초겨울로 보인다. 만일 자신이 이 일을 좋아하고, 계속해서 그 끈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생존 방식을 기민하게 강구해야 할 때이다. 


배우 오정세 님의 수상 소감처럼

비록 세상이 나의 노력만큼의 대가를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그렇게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노력을 보답을 받아 '나만의 동백을 만나는 날'이 올 테니.


<56회 백상 예술 대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 - 오정세 배우님 수상 소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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