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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Jan 06. 2023

번역가, 없어질 직업 1위?

번역가와 AI


번역의 길에 입문하며 무수하게 들은 말이 몇 가지 있다.


1) AI 나오면 바로 대체될 텐데 그걸 뭐 하려 해?

2) 그거 하면 돈 잘 벌어?

3) 요새 사람들 책을 안 읽어서 그런 거 해 봤자 소용없어.

4) 차라리 한글 책을 영어로 번역해 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서 속이 쓰리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을 다 알고 있음에도 도전해야 할 개인적인 이유가 나 스스로에게는 있지만 그걸 구구절절이 말한다 해서 누가 알아주랴, 그래도 나름의 자존심 방어를 위해 몇 가지 궁색한 변명이라도 해보고자 한다. 




AI 나오면 바로 대체될 텐데 그걸 뭐 하려 해?




 AI의 성장세는 가히 무시무시하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시스템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그럼에도 번역이 필요한 이유는 아무래도 정확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현재도 AI 번역이 많이 사용되긴 하지만, 이는 번역을 위한 기초적인 틀만 제공해 줄 뿐이다. 그 번역은 문법적으로 정확할지는 모르지만 문맥이나 업종 용어, 그리고 그 글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파악하지 못한다. 간단한 템플릿, 배경지식이 필요 없이 사전적인 의미만 가지고도 해석 가능한 정도의 평서문이라면 지금도 AI 번역만으로 충분하겠지만 글이라는 게 사람이 쓰는 것이다 보니 글의 목적과 앞뒤 문장의 맥락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그 해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회의적인 입장으로 말하긴 했지만, 사실 이 문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해결될 것이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직은 각 분야와 영역에 맞는 원어와 한글 간의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해서 그렇지, 점차 데이터가 쌓이고 AI가 이를 학습해 나간다면 인간 번역가와 기계 번역가의 차이는 결국 아주 근소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것도 우리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말이다. 혹여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번역 일감이 있다고 해도 그 영역은 출판 분야에 국한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출판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를 차지하는 '시(Poem)'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언젠가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현재 AI가 학습할 자료를 모으고 이를 다시 데이터로 변환하여 빅데이터를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또한 그러한 기업들은 요 근래 많은 번역가를 고용해 충분한 번역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이를 통해 제법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번역가는 정말 없어지고 말 것인가?


 아마 대부분은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번 돌아볼 문제는, AI의 학습 능력은 단지 통번역과 같은 언어적인 영역에만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생각하는 번역을 AI가 완전히 대체할 즈음이면 AI의 문제해결 능력과 상황 판단 능력은 거의 인간에 근소하게 가까워졌다는 의미일 테고 이이 말은 즉, 번역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친 거의 모든 직업이 AI로 대체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상황이 그 정도 되면 번역가의 수요가 줄어드는 게 그리 대수나 될까 싶다. 번역가 역시 아마 우리 사회 존재하는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군들 과 그 수명을 같이 할 것이라 본다. 



번역가가 살 수 있는 길은?


 어떠한 직업의 미래를 누가 함부로 예측할 수 있을까? 근 시일 내에 겨울이 찾아오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해서 앞으로도 그 같은 어려움이 계속 되리리라는 건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AI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말마따나 비록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대부분의 기존 직업을 대체할지라도 이후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 인간의 노동력을 계속해서 필요로 하게 될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AI가 커버하지 못하는 미세한 영역들을 다듬어 주는 에디팅 직업이 번역가의 고유 역할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혹은 또 다른 제3의 길이 열릴지 누가 알겠는가? 


 성우 직업을 예로 들자면, 과거 외화 더빙이 자막으로 점차 대체되어 그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E-book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직업으로서 성우가 다시금 각광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게 그 일이 유지되고 나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성우가 또렷한 발음으로 글을 전달하고 감정을 담은 연기력으로 대화문을 실감 나게 재연할 수 있는 고유의 기본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번역가 역시 마찬가지지 않을까? 직업으로서 번역가는 희소해지더라도 번역가가 지닌 역량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 역량은 읽고 쓰기라는 인간에게 있어 매우 근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능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불확실한 미래를 맞을 번역가는 그들이 지닌 역량으로 충분히 새로운 가치를 증명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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