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돌아오는 틈

고요 한가운데에 앉기. 그냥 일단은 앉기

by 수빈노

그래서 '지도자', '안내자' 포지션에서 그렇게나 도망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안내를 하면서도 그냥 동네친구 정도의 역할로. 일관적으로 평온하지 않은 내가 진정 주고 싶던 것은, 그저 따듯함만이 전부였다. 어쩌면 너무 무서워서였을지도 모른다. '좋은 영향만을 주고 싶다'라는 마음은 여전히 너무 무겁다. 내가 대단한 지혜를 줄 수는 없을 테지만ㅡ 그래도 따듯한 진심으로 옆에 있을 것은 확실하니까.



타인의 심신을 치유하는 업을 선택한 이들은 대개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민감한 심신을 가진 것 같다. 취약하고.

나름의 방법을 깨우쳐 그것을 나누고, 돕고자 하는 사명 비슷한 것을 품고 나아가면서도

오락가락하는 자신을 만날 때면 자괴에 빠지기 쉽다.

'내가 이럴 자격이 있을까...?' 하고.

그럼에도 일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을 버티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가면을 쓰고 평온한 표정을 짓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면 말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알려진 강사님이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도 며칠을 머리에 마음에 떠돌고 있다. 멀리서나마 업계 관계자, 동료 안내자들의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선택에 대한 공감'을 용기 내어 말하는 이들도 많다.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나누어야 한다.

안내자 또한 끝없이 자기를 닦는 수련자이기에. 언제나+영원히 완벽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아픈 깨달음이 그저 아픔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나와 당신이 흔들릴 때 홀로 방안에 숨어드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스스로의 내적ㅡ 외적 상태를 온전히 관리하는 것은

안내자의 기본.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그렇지만,

각자의 현재에서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면 된다라는 지혜도 배웠다.


쪼그라들 때마다 이 말을 기억한다.

나의 자격에 의문이 들 때마다 다시 생각한다.

오늘의 내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생각해 내려고 애쓴다.


그리고, 힘주어 말해준다.

날마다 나아지면 된다. 조금씩이라도.



'엉망진창의 상태에도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가.

이 자괴를 자애로 승화시킬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통 성에 차지 않는 날들에 마침표를 붙여주고 새 희망으로 밀고 나갈 수 있나.'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날도 있어요.

이럴 때면 더더욱, 틈을 내볼 것을 선택합니다.

고요하게 앉아 생각도 마음도 가다듬을 틈ㅡ

내가 원하는 나로 돌아오기 위해서예요.


날마다 나아져야죠. 조금씩이라도.


편안한 오후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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