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하길 희망하는 가장 어려운 꿈
2019.07.10.
엄마 생일카드에 내년에는 수영장에서 보내자고 했다.
소소하고 따뜻하게, 그저 그 바람대로 오늘도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였다.
여전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생명을 포함하여.
2019.10.15.
엄마가 심하게 사레를 들린 참에 잠시 비몽사몽이었는지
난데없이 지금이 몇 시인지, 오늘이 몇 월 몇 일 인지를 물었다.
12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12월이냐고 묻는데 심장이 덜컹.
빠른 시간 스쳐 지나간 잡다한 장면들은 다 생략하고
오늘도 무사히 넘겨내고서 웃고 장난칠 수 있는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만 남았다.
엄마 고마워. 사랑해.
2019.10.29.
참 고운 우리 엄마. 독한 약들과 나쁜 병을 버텨내느라 거칠어진 얼굴에 속이 상했는지 할마시 같다고, 다 이상하다고 거울을 보며 뾰로통해진다. "에이 아니야, 괜찮아."라고 딴청 하듯 툭 말하지 말고 가만히 안아줄걸. 엄마는 여전히 참 곱다고. 외양을 치장할 수 없어도 이렇게 열심으로 이겨내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2019.12.02.
꿈에서 엄마의 젊고 건강한 모습을 보았다. 눈을 떠 쓰린 속에 온갖 감정이 막무가내로 나뒹굴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난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랑 웃는 얼굴로 하루를 맞이하고 꽉 안아주면서 등 두들두들 토닥토닥. 따뜻한 물을 데워 엄마 약을 챙기고(하루 먹는 많은 약들 중 가장 중요한 항암약! 내내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알람은 아직도 지우지 못했다) 약을 넘기는 동안 아픈 곳을 쓰다듬으며 기도, 매일 힘차게 외치던 우리의 구호, 의식처럼 간절하게 모든 숨에 담아 전하던 바람. 엄마랑 명상과 스트레칭. 엄마 세 끼 꼬박 챙겨 드리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운동하고. 엄마는 왜 밤에도 꼭 내가 옆에 있어야 잠이 들 수 있다고 해서 나는 퇴근도 내 시간도 하나 없이 이렇게 엄마 옆에만 존재해야 하는지 엄마는 참 욕심쟁이라고 투덜대면서도 엄마의 살 어딘가에 굳이 맞대어 자는 밤이 행복했고 자다 문득 눈을 떠 잠든 얼굴을 보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다행으로 표적항암을 시작하게 된 엄마는 가족들의 사랑과 정성을 먹고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해나갔다. 지금껏 누구보다 건강관리에 성실했던 덕분인지 선하게 살아온 성품 덕분인지 약이 꽤나 효과를 발휘하며 차도가 좋은 편이었다. “그때는 얼마나 아팠는지, 정말 이렇게 죽나 보다 했어.” 조금씩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엄마는 딸 덕분에 얻게 된 덤 같은 삶이라고 했다. 감사히도 의지가 강했던 엄마는 집에서 맨손체조, 호흡운동처럼 할 수 있는 움직임을 꾸준히 하고 틈틈이 성경 공부도 이어가며 기운을 차렸다. 알던 대로, 아니 그보다 더. 엄마는 참 맑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투병마저 성실하던 내 엄마 덕분에 우리는 오늘에 감사하고 내일을 희망하며 밝고 힘차게 지낼 수 있었다. 엄마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나는 엄마를 보며 참 많이 감탄했다. 나는 내 멋진 엄마와 오늘, 지금, 여기에서 가장 편안하고 평온하게 살아갈 것을 목표로 했다. 예민하게 날을 세운 채 성취에 집착하던 과거의 나는 이제 매일 수양을 하듯 따뜻하고 예쁜 것들로 마음을 채우려 노력하고 더 많이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와의 잔잔한 하루에 감사하고, 보물찾기 하듯 행복을 그러모으며 소소한 기쁨을 배우고, 엄마를 즐겁게 해 드리려 노력하는 동안 정말 그렇게 행복해졌다. 어떤 때는 꼭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함께 하는 시간 엄마가 주신 가장 큰 선물이었다. 밝고 바른 마음. 꼭 엄마 같은.
단조로운 일상을 빛나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고,
늘 마음을 열고 발견하는 만큼 감동할 수 있다.
마쓰우라 야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