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극은 느닷없어서
2021.02.02.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엄마를 지키고 있는 걸까? 최선을 다하는 듯한 내 모습에 취해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엄마를 이해할까? 얼마나 이해할까? 정말 나보다 엄마를 아끼고 있는 것일까? 엄마는 오늘 무슨 마음이었을까? 마음이 아프다... 정말, 정말,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2021.03.16.
말 그대로 버티는 하루였다.
이렇게 사느니 다, 포기하고 싶다. 그래 버리고 싶다. 는 생각이 들다가
가만히 다른 사람들 얼굴을 떠올리면
엉엉 울고 싶어진다
엄마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두렵다
엄마의 미래가
그리고 언제일지 모를 나의 미래가 두렵다
건강하게 살다가 건강하게 사라지고 싶다
재앙이 등 뒤를 덮쳐오는 느낌이었다. 온 힘 다해 전속력으로 뛰어도 부족한 엄청난 재앙. 필패가 예견된 게임. 결국 또다시 119를 부르고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을 때 나는 이것이 엉뚱해도 좋으니 그저 에피소드로 끝나 주기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 조금만 더 힘을 내줘...
새로운 항암이 시작된 뒤에도 엄마의 상태는 그렇다 할 차도가 없었다. 2월 깨부터는 거동마저 어려워지면서 체력적으로 많은 것이 어려워졌다. 엄마는 얼마나 두렵고 괴로웠을까. 매일매일 나빠지는 나의 몸. 스스로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절망.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엄마 마음... 딸과 식구들의 고단함까지 엄마 눈으로 보게 할 수는 없어. 나는 밤마다 파스를 갈고 몰래 병원에 다녔다. 힘이 없는데 힘을 쓰려니 몸이 버티지를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힘을 안쓸 수가 없는데요.” 조그만 몸뚱이를 자꾸 원망하게 되었다. 힘이 세고 건장한 자식이었더라면 우리 엄마가 더 편했을 텐데.
바쁜 감정에 고통스러웠지만 실은 그럴 틈이 없었다. 엄마를 편안히 케어하기 위해 엄마를 다시 걷게 하기 위해 또다시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그런데 내 조급한 마음을 비웃듯 병의 진행은 너무나도 빨랐다. 그제부터는 손이 떨려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어제는 기억이 아리송하더니 오늘은 밥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오늘은 걸음이 느려지더니 내일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한번 속도가 붙으니 걷잡을 수가 없었어요. 손쓸 새가 없었어요."라는 말이 이런 거였구나. 엄마 몸 안에 영역을 넓혀가는 재앙이 선명하게 눈에 보였다. 가장 괴로운 것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나 자신이었다. 자꾸 화가 났고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2021.04.05.
하루에도 수없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이, 다하고 있는 것이 맞냐고
그리고는 하늘에 묻게 된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가혹하기만 한 것이냐고
버틸만한 시련을 준다면서 왜 자꾸 사방에 벽을 세워버리냐고
왜 나는 이렇게 부수지도 녹이지도 못하는 벽을 만나게 되는 것이냐고
우주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을 배운다
나는 도저히 안될 것만 같은 절망감
‘결국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말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급히 수술 날짜가 잡혔다. 언제나 정성을 다해 최선을 고민해왔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옵션이 없었다. 엄마는 머리를 열고 복부를 찢어 그 사이로 연결되는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입원을 앞두고 온 가족이 병원에 가 잠깐 틈이 나던 시간. 산책을 하다 꽃이 가장 예쁘게 핀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아빠는 휠체어를 탄 엄마와 벚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사진 속의 엄마는 웃지 않았고 나는 그 사진을 보지 못한다.
2021.04.06.
입원. 특실에 가려다 일반실이 잡혀버려서 김이 샜는데 그래도 창가 자리가 마음에 든다. 착한 우리 엄마 덕분에 따르는 소소한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웃는 입이 썼다. 야밤에 들어와 아직 본 게 야경뿐이라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이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세상을, 엄마가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으면. 오늘도 예쁘게 자네 우리 엄마
2021.04.07.
엄마 앞에서 처음으로 울던 날
엄마가 마지막 입원을 하던 날 밤
엄마를 안아 옮겨주려다 결국 함께 주저앉아버리고는
나는 이년 반 만에 처음으로 엄마 앞에서 울어버렸다
엄마 미안해 내가 너무 힘이 없어서
엄마를 더 편하게 해 주지를 못하네
엄마는 되려 날 위로했다
그런 말 말아, 다들 처음이라 서툴러서 그래
엄마는 그런 사람
엄마는 아플 때도 다른 사람 걱정뿐이어서
날 여러 번 화나게 했지만
사실 내 엄마는 그냥 원래 그런 사람
그러지 말지. 진짜 그러지 말지
2021.04.08.
눈물이 나는 일이 자꾸만 생겨났다
엄마가 안쓰럽고
더 편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미어지고 쓰린 마음.
다른 원은 하나 없이 오직
엄마가 덜 힘들기를, 엄마가 조금만 더 편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