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요 엄마
2021년 5월 7일 01시 50분
내 엄마가 꽃이 되던 날
임종 자체는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았다
엄마를 이제 볼 수가 없고 만질 수가 없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엄마가 이제 내 옆에 없다
그것 자체로 벅차오를 뿐
점점 차가워지는 엄마 얼굴 딱딱해진 몸
그 자체로 마음이 미어질 뿐
무섭거나 이질적인 감각이 없이
엄마는 그저 그대로 내 엄마일 뿐이었다
오히려 ‘죽음’의 감각이 무뎌지는 지경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극적인 장면도 없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면서
사망선고를 하는 의사의 음절은 어설프고 대부분의 의료진은 무감각했다
다 우습고 허무해졌다.
우리 엄마는 너무 아팠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2021년 5월 8일
입관
그새 바뀌어버린 엄마의 얼굴색을 보고 나는 가장 슬퍼버리고 말았다
당장이라도 훌훌 털고 일어날 것 같은데 엄마는 그렇게 인형처럼 가만히 꽃처럼 예쁘게 누워있었다
“따님들이 유난히 신경을 쓰셔서 새벽시장에서 꽃을 가득 가져왔어요.”
어버이날 꽃관에 눕게 된 엄마 가슴에 바알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더 올려 드리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만진 엄마 얼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엄마와의 인사
2021년 5월 9일
집에 가요 엄마
길어야 일주일 짜리 입원을 하러 갔다가 한 달 넘게 병원에 머물고
결국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 엄마를 모시고 마지막으로 집에 들렀다.
매일을 참 성실히 걷던 공원 마음으로 힘들었던 어느 여름날의 산책길
초입이 최선이던 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늘려 처음으로 고지에 오를 수 있게 된 날의 목소리
상쾌한 새벽 공기와 엄마가 좋아하던 벤치 우리가 즐기던 몇몇의 코스들과 장소
함께 봤던 꽃들과 열매, 꽃보다 고운 엄마 얼굴 사랑스러운 표정들
우리가 슬픔을 삼켜야 했던 어떤 날들의 적막까지도
기운을 차리기 위해 두 손 꼭 마주 잡고 열심히도 걸었던 모든 시간들이 이제는 과거에 갇히고
나는 그 길들을 혼자 걸어야 하네
이 집에 온 뒤 엄마는 아픈 날들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시간 가까이 있을 수 있었지
나는 이제 그 시간을 품에 꼭 껴안고
걸어가볼게
잘하려 괜찮으려 바둥대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울고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 하면서
엄마, 우리는 잠깐 안녕했지만
나는 엄마를 보내지 않아
여기 어딘가 내 옆 언저리에 늘 있다고 생각하고 살게
내가 오래오래 엄마를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