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남은 어떤 어려움들이라면
엄마가 더 이상 내 옆에 있지 않게 된 이후
종일 살 맞대고 붙어있던 그 공간에서 혼자 남겨질 나를 걱정하고
그곳에서 나오라고 다른 사람과 다른 일들로 바쁜 시간을 보내라고
그 공간과 시간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람들은 참 쉽게 권했다
모든 곳, 모든 시간에 닿은 흔적과 기억
나는 많이 슬펐지만 그것들을 꽉 껴안고 많이 웃기도 했다
엄마 정말 너무해, 엄마 정말 보고 싶어
곁에 있는 듯 끊임없이 말을 건네면서
기꺼이 작정했기 때문인지 짐작보다 괜찮네 싶을 정도로
오히려 당장에 나를 어렵게 한 것은 나란 인간 자체에 남은 흔적들이었는데
이를테면 대부분의 외출을 미루다 보니 생긴 대인의 어려움이나
도통 지속되지 않는 집중력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읽히지 않는 난독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장애
뭉뚱그레 뭉개진 과거의 기억들
시시때때로 널을 뛰는 감정의 파도 같은 것 때문에
나는 얼마나 더 오래 괴로워야 할지 모른다
겨우 이십구 개월 머물렀을 뿐인데, 남겨진 마음은 현실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계속 보고 계속 읽고
무언가를 써보고 따라서도 적어보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시도해보고
그래도 또 안되고 자꾸 실패하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내 엄마가 그랬듯
/ 물성
사실 가장 그리운 것은
엄마를 만지던 감촉
엄마에게 안기던 그 포근한 느낌
그 그리움에 사무쳐 견디지 못하는 밤이면
여전히 거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엄마의 액자를 껴안고 막무가내로 울어버렸다
자꾸만 엄마 사진들을 만지고 이불을 만지고 엄마가 좋아하던 인형을 만지고
엄마 젓가락을 만지고 엄마가 아끼던 화분을 만지작만지작 엄마 물건들을 문질 문질 대면서
/ 나를 살게 한 것들
식을 치르고 한참이 흐른 뒤, 주변인 누군가가 말했다
자신은 장례를 이런 방식으로 치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친구들이 나와 가족을 지키는 모습, 엄마를 보내며 함께 흘리는 눈물과 공유하는 감정의 두께를 보니 두려워졌다고.
나는 커다란 무엇을 잃었지만 다른 무엇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나는 많이 아프지만 많이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3년 여의 시간
불친절한 부재에도 잊지 않고 꾸준히 살펴준 사람들 덕분에
세상을 놓지 않을 수 있었고
묵묵히 안아주고 늘 뒤에서 지켜준 친구들
언제나 옆에서 손잡아준 언니
매 순간 딸이 먼저인 아버지
덕분에 더 강하고 밝게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 엄마가 나를 사람답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