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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노 Dec 22. 2022

심야형 인간의 변심

2주짜리 모닝루틴챌린지를 마치며

철저한 올빼미 인간의 모닝루틴 챌린지 후기

[버전 1] 12/8 - 12/22


어쩌다 보니 (삶을 바꾸고 싶은) 4명의 멤버가 모였고 우리는 2주간의 모닝루틴챌린지를 시작했다. '미라클 모닝'이건 '모닝 루틴'이건 평생 관심이 간 적도 욕심난 적도 없는 것들이었다. 최근에 난데 없이 시도해볼까 게으르게 생각만 하던 차라 '이때다' 냉큼 손을 들어놓고는 혹시나 내가 자꾸 늘어지고 게으르게 굴다가 다른 멤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될까 망설여졌다. 그러나 역시나 홀리한 멤버들의 격려로 어찌어찌 발을 들이게 되는데...



기존의 패턴

새벽 늦게서야 잠에 드는 패턴에 익숙했고,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인 줄 알고 쭉 살아왔다. 패턴을 떠나 나는 워낙에 밤 시간을 좋아했다. 고요한 밤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완벽하게 몰입하기 좋았다. 잡지를 만들며 마감에 치일 때도 한 달에도 몇 번씩 비딩에 붙어 기획안에 치일 때도 술을 마시고 놀 때도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도 그냥 멍 때릴 때도 밤을 하얗게 새울 일은 많았다. 깜깜한 고요 속에 묻혀 살금살금 어슬렁대는 게 그렇게 좋았다. 군더더기 붓기가 싹 가라앉고 알맹이만 남겨진 것 같은 특유의 기분으로 뭔가를 많이도 만들어냈다. 주간에는 인풋을 넣는 시간이라면 야간에는 꺼내내는 때였다. 사람은 각자 최적의 패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었다. 나에겐 밤이 모든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이었다.


언젠가부터 원인을 알 수 없이 건강 구석구석을 다시 돌봐야 할 일이 잦아졌다. 스스로 방법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삶의 양식을 들여다봐야 했을 때. 수면 시간이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 불현듯 스쳐갔다. 나는 일찍 자보기로 했다. 목표는 12시에 잘 준비를 마치기. 대충 꼼지락 대다가 1시 무렵, 늦어도 2시에는 잠에 들도록 일상을 세팅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요즘 대부분의 밤 시간을 함께 보내는 언니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이기에 좋았다. 어쩌다 늦게 잠드는 날도 있지만 8-9시쯤에는 깨어나는 습관을 들이니 대충 12시면 피곤해져 눕게 되었다. 그 덕인지 어쩐지 날뛰는 컨디션에 기복이 좀 줄었다. 이렇게 건강에 좀 유익한가 라는 생각이 드니 또 제대로 해보고 싶네?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지던 참이었다.

 


경과 기록

O 8회 :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루틴 유지

ㅡ  3회 : 약간 늦게 일어나 루틴 유지

X 4회 : 아예 패스 (과음/ 여행/ 코로나)


짧은 후기

일단 15일 가운데 절반 좀 넘는 성공 주제에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한마디로 하자면 '무척 좋았다' ^^. 정말이지 홀리한 모닝이었어… 


처음에는 약간 '반드시 일어나야겠다!!!'는 각성상태여서 그런지 새벽에 자주자주자주 깨고, 6시도 안되서 번쩍 눈이 떠졌다. 며칠 동안 내내 강박처럼 새벽에 여러 번 깼는데, 잠을 설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숙면을 취한 듯 개운했다.(신기) 며칠은 주간에 거의 비몽사몽간에 활동했으나 낮잠은 절대 안 자면서 패턴을 맞추니 금방 익숙해졌다. 신기하게 11시만 되면 졸리고 12시 정도에는 대충 잠들고 6시쯤에 깨어나는 패턴이 금방 잡혔다.   


어두운 시간에 깨어나는 것 자체로도 어쩐지 주체적으로 하루를 여는 느낌이 든다. 점점 밝아지는 아침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감각 또한 빼놓기 서운하지. 잠든 세상에 혼자 깨어있는 느낌은 밤에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아침에는 어쩐지 머리가 사우나를 마친 듯 멀끔한 느낌마저 더해졌다. 일정이라고는 평소의 아침 루틴이 좀 더 당겨져서 진행되는 정도긴 하지만 이왕 덧붙이게 된 새로운 점이 있다면

1) 모닝페이지 30분이라는 코너를 추가했고

2) 아침명상 - 해가 딱 뜨려고 할 무렵 정도에 아침명상을 짧게 하고 (쪼렙인 나는 길게 할 수 없기 때문) 

3) 그 타이밍에 이어 수리야를 몇 번 돌면 뭔가 대단히 홀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사랑했다 (물론 체력상 길게는 할 수 없음)

4) 이렇게 1-2-3을 거치고 나면 뭘 해도 잘되는 컨디션이 완성


- 아침시간을 충분히 썼는데도 오전이라 시간을 버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 서두르지 않고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감각이 충만

- 새로운 것을 삶에 들이면서 요리조리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 사실인지 기분 탓인지 여하튼 건강한 느낌이 든다

- 아침 시간을 잘 쓰고 나면 오늘 하루가 잘 돌아갈 것 같은 희망찬 마음이 되고, 이렇게 내 인생을 잘 풀어보겠다는 의지와 용기가 충전됨



모닝루틴 하기 전 궁금했던 것


실험 1 

주중+주말 주 7일 모닝루틴이 가능할까?

: YES!!!

어차피 아침 시간이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스케줄에는 영향 없이 가능하다.

다만 주 1회 정도는 마음껏 푹 자거나 늘어지는 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vs 하루를 다르게 보내면 패턴이 망가져 다시 되돌리기 더 어렵다는 생각 양립. 요 정도는 되는대로 유연하게 하면 되겠다 싶음


실험 2 

2주의 시간이면 적응-습관화가 가능할까?

:완전히 습관화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적응 완료!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면서 버전을 바꿔가기에 2주 정도의 기간을 세팅해두는 것이 나에게 아주 적절해 보인다. 약간 버전을 수정해서 계속 모닝루틴을 이어가야겠다


실험 3

'일단 내놓는' 아웃풋의 수준은 어떨까?

& 실행력이 생산성에 유익한 영향을 끼칠까?

: 뭐든 완벽을 위한답시고 손에 쥐고 꼬물딱 대다가 이도 저도 안 되는 관성에 휘말려 있던 터라 아침시간에 뭔가를 일단 내놓는 습관을 들여보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일단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 측정 자체가 불가^^ 



ps. 마음들

와, 어떤 멤버는 4시에 기상해서 3시간 명상을 한다는데?

이토록 티 나지 않는 일에 마음을 들이는 삶이란 어찌나 숭고한가  

눈발이 날리는 신호 앞에 대기하며 멍하니 생각했다. 어쩐지 세상이 참 아름답네 

-1일 차


모닝페이지를 쓰라니까 하루 투두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네. 할 일 적다가 갑자기 점심 메뉴 정하고...

자다가도 오늘 할 일 생각하며 벌컥벌컥 깨어나는 삶... 이런 철저한 두잉모드 인간.. 

-2일 차




함께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렇게 새로 아침 습관을 들일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연결감이 아닐까.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함께'를 유익하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아름다운 시간, 이 좋은 에너지를 나눠준 멤버들에게 감사하고 예쁜 마음이 내내 퐁퐁 솟아 무척이나 행복했다. 덕분에 충전된 웰-에너지로 더더 충만한 아침을 이어가야지. 모두 굿모닝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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