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빈노 Dec 02. 2022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웰니스컬리지 x 용평리조트 x 산소발자국 (feat. 1458발왕산)

Part 1. 과거에 머무른 마음

성실하게 흥미와 의미를 쫓던 날들을 지나 보니 꾸준히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해온 십여 년의 시간이 쌓여있었다. 패션-문화예술 업계에서 월간 매거진, 공간, 프로그램, 캠페인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며 빠르고 감각적인 환경의 경험을 두루 쌓았다. 국내 그룹- 기업 머티리얼을 기획/ 제작하며 포멀한 커뮤니케이션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작업 경험을 더했다.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은 가장 마지막 순위가 된 지도 오래였다. 이루고 싶은 일이 많았고, 모든 것을 잘 해내야 했던 성과주의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커리어 공백기.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머니의 건강 문제로 모든 사회 활동을 잠시 접고서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했고, 지난해 간병을 마쳤다. 그렇게 좀 더 건강한 생활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가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 살아내며 집과 병원을 오가는 사이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달라진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 제 삶을 잊은 사이 패턴을 잃어버린 삶의 감각은 그 어디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다시 시작할 채비를 새로이 해야 했다. 여행하듯 흘러 다니며 환기의 시간을 가졌다. 오직 운동의 의미로 오래 머무르던 요가를 다시 삶에 들이며 정성껏 몸을 움직이고 마음도 함께 다스리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심신을 돌보는 효과를 느끼고 요가와 그 이상, 웰니스 전반에 대해 다각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이전의 나라면 생각도 못할 삶의 방향성이었다. 화려한 성과를 쫓던 나는 이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우선이자 중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온 힘으로 전력 질주하던 과거의 ‘일하는 나’는 이제 온 힘으로 충만하게 ‘더 제대로 살고 싶은’ 내가 되어있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더 잘 살아가는 것, 잘 늙어가는 것, 그리고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까지. 인간이 생애주기를 어떻게 더 잘 맞이하고 보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식과 삶에 적용 해가는 과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었다. 우리 모두의 바쁜 일상, 다양한 역할과 사회적 책임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아끼고 돌보는(self-care)의 순위를 미루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행동이, 결국은 모두를 지키는 일의 기초가 된다. 자신이 온전히 괜찮은 다음에야 모두가 괜찮은 일이 많았다. 의식이 전환된 후 비로소 그로 인해 변화되는 사소한 일상 속 행동들이 이어져 삶을 건강하게, 보다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믿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모양을 찾고 싶었다. 더 좋은 세상이 있을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음을 돌보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세상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Part2. 새 마음으로 감각하는 오늘

웰니스 wellness라는 용어를 이해하고, 관련 산업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교육은 시작되었다. 웰니스 산업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했고, 확장과 발전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었다. 좀이 쑤시고 신이 났다. 무엇을 파고들지 설레는 마음을 내려놓고 우선 건강과 행복, 본질적인 부분부터 다시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타인의 웰니스 라이프도 안내할 수 있을 터였다.


다양한 기법을 배우고 실습했다. 쉽게 말해 ‘잘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뿐인데, 잊힌 감각을 깨우기 위한 수많은 개념과 방법이 존재했다. 걷고 먹고 숨 쉬는 모든 움직임에 의식을 담아 ‘알아차림mindfulness’을 함께 할 수 있음을 배웠다.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내면의 부스러기들을 발견하며 자주 알 수 없이 감정이 차올랐다. 모르는 마음들이 숨 끝에 밀려왔다 흩어짐을 반복했다. 우리는 '잘 사는 방법'을 배우며 크게 웃고, 많이 울었다. 교육 중에 각자 느끼는 바를 나누며 크게 공감하는 날이 많았다. 인간 존재와 감정의 보편성을 실감하며 늘 의아하게 여겨왔던 내 마음마저 온전히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 나눔은 무의미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 가장 직접적인 힘이 있었다.


하루하루 교육을 받아가며 나는 이것이야말로 드디어 찾아낸 ‘내 인생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만하게 ‘잘 사는 삶’을 공부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그 자체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본질에 가까운 삶인가. 그런데 이게 웬걸, 그렇게 완전히 몰입되기 시작하고는 어느새 또 ‘제대로 해봐야지’, ‘잘해봐야지’ 하는 의욕이 오히려 몰입에서 멀어지게 했다. 나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고 머릿속은 다시 분주해졌다. 왜 이렇게 안되는지 자책하게 되었고, 언제쯤 원하는 대로 만족스러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조급해졌다.


온통 고요에 몰입하는 주말. ‘지금, 여기에 주의를 둘 것.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고 알아차릴 것. 진심으로 수용하고 사랑으로 아낄 것.’ 이 간단한 지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는 과정이 날로 대단히 놀라웠다. 몇 주째 주말을 통째로 넣으면서도 온전히 해냈구나 하는 감각은 여전히 멀리에 있는 것만 같았다. 저녁이면 거의 탈진 상태가 되었다. ‘내가 고요에 이를 수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고요한 나와 날뛰는 내가 공존할 수 있을까...’ 천장이 무겁게 눈앞으로 쏟아졌다. 답답함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저는 명상에 통 집중이 되지를 않아요. 그래서 너무 괴로워요. 언제쯤 될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안 되는 상태, 그 알아차림 또한 명상이에요. 그냥 거기에 머무르면 돼요. 잘하고 있는 거예요.”


다양한 각도로 배웠던 여러 개념과 기법들이 결국 한 곳으로 모였다. ‘스스로를 돌보는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내 마음이 어떠한지 살피고 알아차릴 것.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받아들일 것. 존재하는 모습 그 자체로 긍정할 것.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할 것. 내가 짧은 교육기간 동안 오르락내리락 마음의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것처럼, 마음공부는 달성하고 성취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수련이 필요한 일이었다.





Part 3. 진심이 만드는 미래

온라인으로 진행된 4주간의 교육은 실재하는 에너지를 온전히 주고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특히나 아쉬움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늘 기대해왔던 오프라인 교육이지만 사실 모두에게 긴장되는 시간이었고, 나에게도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근 몇 년간 이어졌던 폐쇄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70여 명 이상되는 낯선 집단과의 단체 생활에 던져진 3박 4일. 나에게 사회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했던가, 낯선 이들보다 더 낯선 나의 모습들을 발견하며 혼란스러운 시간. 그리고 그 괴로운 감정마저 온전히 껴안고 '여유'의 마음을 품게 만들어준 현장 실습은 웰니스 관광의 실효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자체로 온전히 존재하는 대자연처럼 우리 또한 그 자체로 모두 다 괜찮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더 많이 울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이 꺼내 이야기하고 내려놓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마음을 돌볼 따뜻함으로, 타인에게도 좋은 삶을 나누고자 하는 뜻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은 함께함 그 자체로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마인드풀 mindful 하게 서로의 눈을 마주했고, 더 나은 삶을 응원하는 진심으로 머리를 맞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완성된 기획물을 나누며 감동하던 시간은 ‘진심 어린 고민’이야말로 그 어떤 화려한 아이디어보다 빛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각자의 혼란과 불안, 경직된 마음을 스르르 녹여낸 아낌없는 에너지. 3박 4일, 그리고 4주의 시간은 삶을 온전히 나누기에는 너무나 찰나였지만 깊은 마음들로 각자의 미래를 충만하게 꾸려 가리라 믿게 된다. 선생님들의 애정과 섬세한 터치, 구석구석 살뜰하게 살핀 배려가 오롯이 담긴 커리큘럼의 짜임새는 완벽하게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지난 교육 우리가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한 오늘의 나에 대한 수용과 긍정, 그리고 다시 잘 살아갈 용기였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제일 귀중한 선물은 우리의 집중과 관심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마인드풀니스로 포용했을 때, 그들은 꽃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Thích Nhát Hanh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즐겁게 사세요’

바람 타고 떠돌아다니는 자유분방한 삶이었지만 사실은 가장 강박에 사로잡힌 마음이 아니었나, 해야 할 일들과 뭐든 잘 해내려는 욕심으로 부자유의 관성에 머물러 있었나. 여전히 애를 쓰고 스스로 괴롭히고 있었던 게 아닌가. 우리는 괜찮지 않은 마음을 끌어안고 괜찮다 여기며 일상을 살아내느라 그렇게 알 수 없이 몸이 아픈 걸까.


웰니스 전문가 역량의 기본은 그 어떤 지식도 능력도 아닌, 스스로 웰well한 삶을 느끼고 지키는 릴랙스 한 마음이라는 사실. 교육의 시작부터 자주 반복되던 ‘체화’의 개념이 그것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꽉 찬 교육 과정, 광범위한 이론과 다양한 실습을 거치며 오히려 전문가 자격증보다 더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대단하게 완고한 정답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모두가 지닌 각자의 빛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면 된다. ‘마음공부는 홀가분한 소풍이어야 한다.’


평온한 삶은 여전히 멀리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요는 애써 찾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라 믿게 되었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스러운 길을 만들어갈 용기를 낸다. ‘나만의 방식으로’ 웰well한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 그렇게 스스로가 온전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시작이고 어쩌면 전부가 아닐까. 그러니 그냥 있는 그대로, 다 괜찮다. 항상 나를 살피어 돌보려는 의지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머무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온전하게 바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타인의 건강한 삶을 안내할 수 있다.


#wellnesscollege #웰니스컬리지


1458발왕산 정상

1458발왕산



작가의 이전글 영원한 외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