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케이크 촛불을 끄고, 다시 빛을 밝히는 행위의 의미
BWD Being with dying
생일 기념 죽음명상
지식 습득과 체화는 철저하게 다른 일이어서 어차피 수업 중의 명상 실습은 대부분 졸거나 울거나 둘 중 하나가 대부분이었지만 ‘죽음명상’은 그 무엇과 비할 수 없이 무척이나 압도적인 경험이었다. 그날 우리가 체험한 것은 엄청나게 순한 맛 버전이라는데도 내내 감정을 다독이느라 진을 뺐다. 나는 스스로를 돌보고 위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많이 나아졌고 괜찮은 상태에 도달했다고 여겼다. 첫 죽음명상 이후 회복되지도 준비되지도 않은 내 상태를 완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상실을 떠올리자마자 한 번 울렁이고 최후를 생각하니 완전히 무너지는 마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삶에 관한 애착과 미련… 그리고 결심했다. 이건 정말 꼭 소개하고 싶다고. 이 마음을 꼭 꼭 경험하게 해주어야겠다고.
그 이후 자주 그날의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나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누군가를 생각할 때. 죽음을 상상하면 결정이 참 명료해진다. 얼른 좀 더 괜찮은 행동을 해야겠거나 당장 누군가의 얼굴을 보러 가고 싶을 때도 있는 반면 어떻게 되든 너무나 상관이 없던 적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리고 2023년의 1월, 생일에 꼭 다시 해봐야지 벼르며 기대해왔다. 요즘 한창 새로운 삶을 향한 브레이킹에(feat. 조 디스펜자 슨생님) 몰두하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 설레는 이벤트였다. ㅋ....
드디어 생일 기념 죽음 명상을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그냥 되는대로 했다. 기대하던 계획을 어기면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지난 경험들을 통해 알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완벽한 컨디션을 영영 기다렸을 텐데 조금 달라졌구나. 오늘과 2달 반 전의 실습 기록을 비교해 보니 소름 돋게도 토씨 하나 바뀌지 않은 문장들이 있고, 기막히게 완전히 새로운 대목도 있었다. 여전히 ‘울거나 졸거나’의 명상이었고 여전히 결론은 같았다. 아낌없이 온 마음으로 살기. 미련 없이 표현하고 나누기. 나를 아껴주기. 내 마음을 외면하지 말기. 사랑을 미루지 말기. 가볍고 단순한 삶만 남기기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애틋함으로 살고 싶다. 잊히려 할 때마다 몇 번이고 다시 찾아 부둥켜안고 싶다.
이런 진한 경험을 꼭 꼭 소개하고 싶다. 이 뜨거운 감정을 직접 감각해 보면 생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지 않을 리 없다. 어둠 속에서 케이크 초를 불어 끄고, 다시 조명을 켜 공간의 빛을 밝히는 행위의 의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죽음처럼 깜깜한 어둠을 맞이하고,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새 빛을 밝힌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 순간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케이크라고. 사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죽어간다. 삶과 죽음이 무척이나 가깝다는 말이 여기에도 있다. 매 초마다 수천 수만 개의 세포가 사라지고 생겨나니 단 한순간도 완전히 같지 않다. 이렇게 모두가 어차피 거의 언제나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지만, 생일은 그야말로 다시 태어날 좋은 기회가 된다. 새로운 존재이기를 스스로 선택하고 대대적으로 선포할 적당한 핑계가 된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다른 존재로, 다른 삶을 살아가려 한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그것은 인생을 변화시킬 매개체가 된다.”
-스티브잡스
#생일 #죽음 #삶
혹시 죽음명상을 가볍게 경험해보고 싶다면
아래 세 가지 질문에 가만히- 성심성의껏 답해 보세요.
1. 최악의 죽음은 무엇일까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지독하게 불행한 당신의 마지막 장면을 그려보세요,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상황일지 최대한 자세히 떠올려보세요
2. 어떻게 죽기를 원하나요? 맞이하고 싶은 죽음의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이 또한,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상황인지 최대한 자세히.
3. 2번에서 그린 '내가 바라는 나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