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5.
지금 프리랜서 작가로 프리하게 활동하고 있는 플랫폼 사이트는 대략 3개 정도나 된다. 그중 하나는 유명무실하고, 그중 하나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아리송하다. 오늘도 가열차게 원고에 파묻혀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책상 위에 둔 휴대폰이 진동하면서 '띵똥 띵똥 띵똥 띵똥 띵똥' 미친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울리는 휴대폰 화면을 보니, "약관 위반으로 서비스가 비승인되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고,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던 10개의 서비스가 모두 '비승인 처리'로 정지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북한에서 쳐들어오기로 했다는 말인가?
서비스가 정지된 사유를 어렵사리 찾아서 읽어보니, 구매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메일 주소를 대화창을 통해 알려주는 행위는 플랫폼 밖에서의 직거래를 유도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패널티가 부과된다는 것이었다. 플랫폼에서 고객과 전문가를 중계해주었는데, 사용자들이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플랫폼 밖에서 직거래를 하게 되면, 플랫폼 업체는 닭 쫓던 개가 되는 셈이니 플랫폼에서의 서비스 모니터와 약관 위반에 대한 패널티 부과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 이해는 한다. 마치 우리 아들 둘이 치고박고 싸우면서 말을 더럽게 안듣는 것처럼 프리랜서들이 말을 더럽게 안들으니까 그랬다 치자.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니?
진행되고 있었던 원고 상담만 5건이었고, 의뢰인분들에게 서비스가 정지되었다면서 일일히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그 어떤 이유에서건 결제 전에 대화창에 이메일 주소를 노출하는 것은 약관위반이라는 친절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위반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이번에는 '경고'에 그친다고 하면서 서비스 승인을 재신청하면, 절차에 따라 승인해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10개나 되는 서비스에 대해 재승인을 신청하고, 나는 강제 휴가에 돌입했다. 하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한 의뢰들이 있으므로 글쓰기가 멈춘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재개될 때까지 여유로운 마음으로 꼿꼿하게 이 원고들을 써나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 기분이 더럽게 더러웠다.
-40만 의학 유튜버 000tv의 유튜브 시나리오 2,500자 원고 2편
-10만 영화 유튜버 000tv의 유튜브 시나리오 2,000자 원고 2편
-7개의 주제에 대한 감성 편지글 7편
-뇌졸증 환자의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0000을 이용한 0000 연구 논문 A4 1장 요약
-환경과 전기자동차에 관한 원고 5,000자
나는 내가 일하고 싶으면 하고, 쓰고 싶으면 쓸 뿐 그렇게까지 목을 메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을'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내가 받고 싶지 않으면 받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서비스가 정지되고 보니, 나는 '을'이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떠오른다. 내 착각일런지는 몰라도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로 단기간 동안 나만큼 활동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모든 서비스를 바로 정지시킨다고? 아니, 그만큼이라도 되니까 경고만 하고 끝난 것일까? 어쨌거나 친절했던 안내와는 다르게 플랫폼의 생태계 자체가 프리랜서에게는 계륵과도 같다. 먹자니 그렇고 버리자니 더 그렇고...
20%라는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떼어가면 좀 친절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지. 이렇게 막대하게 뜯기면서도 내가 '을'이어야 하는건가하는 생각에 아주 잠깐 자괴감이 들었다. 마르크스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이다.
지금 플랫폼에는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만국의 프리랜타리아(프리랜서+프롤레타리아)들이여 일어나라.
그대들이 잃어버릴 것은 서비스 정지 뿐이니,
수수료의 쇠사슬을 끊어내라!
이 묘한 기분이 글로는 도저히 표현이 되지 않는다. 글로는 도저히 표현이 되지 않는 이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을'이라는 증거다. '갑'은 아리송하거나 묘한 느낌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두 아들을 책상 앞으로 불렀고, 아이들에게 자애로운 아버지로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을 2시간씩 부여했다. 나는 자애로운 '갑'의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지만, 더럽게 더러운 기분은 여전히 사라진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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